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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30만 명 쓸 물 하루면 뚝딱 … 사우디로 ‘시집’ 가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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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각자 위치를 확인하라!”는 작업 지시가 무전기를 통해 전달된다. 이어 두산중공업 워터생산팀 조인호 팀장이 “출발!”을 명령한다. 모듈 트랜스포터(조립식 운송장비)의 엔진이 굉음을 내고 672개의 바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듈 트랜스포터 위에는 무게 4150t, 길이 123m, 폭 33.7m, 높이 11.5m로 축구장 정도 넓이인 세계 최대 담수증발기가 실려 있다.

 지난달 28일 두산중공업 경남 창원 공장에서 완성된 증발기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기 위해 공장 자체 부두에 있는 초대형 바지선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됐다. 부두까지 2㎞를 이동하는 데 꼬박 1시간이 소요됐다. 다시 바지선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데 또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작업자들은 모듈 트랜스포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긴장하면서도 차분히 일을 마무리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라스알카이르(Ras Al Khair) 해수 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수주 금액이 17억6000만 달러로 우리 돈 1조7000억원을 넘는다. 플랜트에는 8기의 증발기가 설치되는데 이번에 수출되는 것은 4호기다. 한 기당 하루 30만 명(1인당 300L 사용 기준)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를 생산한다.

 두산중공업 홍보팀 이승재 차장은 “물 부족 문제는 이제 현재와 미래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40%가 넘어 세계 1위입니다”고 밝혔다.

 담수 증발기 선적 과정을 지켜보던 워터생산팀 조 팀장이 “딸내미 시집가는 날이네!”라며 싱거운 미소를 짓는다. 조 팀장의 얼굴에 서운함과 뿌듯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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