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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저세상 보내느니 차라리…" 자살 택하는 이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진=JTBC 뉴스 화면 캡처]

키우던 개가 죽은 뒤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한 느낌, 개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이런 기분을 이해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도가 지나쳐 슬픔과 상실감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건 물론 자살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고 JTBC가 30일 보도했다.

지난 2월 부산 남구의 한 원룸, 20대 여성 김모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은 채 발견된 김씨의 옆에는 타버린 착화탄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은 애견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14년을 키운 강아지의 죽음. 김씨의 유서에는 애견과 함께 화장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기원 부산 남부경찰서 형사4팀장은 "오랫 동안 키워서 정이 든 강아지가 죽음으로 인해서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자살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고 말했다.

'애견 상실 증후군'. 키우던 개가 죽고 난 뒤 겪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국내 애견 인구가 2000년 200만 명에서 지난해 말 1,000만 명 대로 급증하면서 이 병을 앓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애견상실 증후군은 무기력감, 대인 기피, 지나친 슬픔이나 집착, 애견 사망에 대한 자책 등의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증후군을 앓다가 김씨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견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의 추모게시판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들이 여러 건 눈에 띈다. 애견 납골당에서도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애견상실 증후군 이면에는 인간 관계의 단절, 그로 인한 소외와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다. 장홍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대의 도시 생활이라는 게 사람을 만나도 피상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고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그런 역할을 했던 강아지가 갑자기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 그런 의미로 보면 상당히 큰 충격일 수 밖에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자살한 김씨는 애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혼자 생활해 왔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A동물병원장은 "(자살한 김씨는) 개한테 목 매달(았어요). ○○한테 거의 그냥 의지하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주위에 기댈 게 없었나봐요"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전수현씨. 17년간 키운 강아지가 2년 전에 죽은 뒤 애견상실증후군으로 우울증, 위장병에 시달리고 있다. 전씨는 "'난이 엄마왔어'하고 문 여는데… 그 순간은 그냥 현관에 주저앉아 버리죠. 항상. 지금도 어느 순간은 (옆에)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씨의 이런 집착과 슬픔에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자식은 말썽도 피우잖아요. 때리기도 하고… 근데 애네(애견)들은 진짜 우리한테 기쁨 밖에 줄 게 없어요. 슬픔도 없고, 괴롭게 하는 것도 없고, 힘들게 하는 것도 없고…"라고 말했다.

애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 애견상실증후군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장홍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인간 나이로 환산하면 몇살이지?'하는 질문을 때때로 던져보는 게 도움이 되요. 그러면 그 때부터 서서히 자동적으로라도 마음의 준비가 이뤄지게 되고"라고 조언했다.

전문가와 애견인들은 애견사망에 대해 슬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슬픔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회적 포용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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