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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인권침해 기록작업 계속 확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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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북한인권침해 사례집』이 다음 달 초 발간된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교도소)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수록하고 있다. 정부가 최초로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해 발간한 것으로 통일 뒤 반(反)인권범죄를 형사처벌하기 위한 근거자료의 성격을 가진다. 사례집에는 기록돼 있지 않지만 인권침해를 저지른 가해자의 신상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별도로 기록해 두고 있다고 한다. 악명 높은 북한의 인권침해를 견제하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는 단편적으로 알려진 것만도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된 사람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극악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끝없이 폭로되고 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과연 21세기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복수의 탈북자 증언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내용만을 수록했다는 이번 사례집에도 끔찍한 사례가 많다. 증산교화소 한 곳에서 반년 사이 4000명 가까이 죽어나갔다는 증언, 나체의 여성 수용자를 대상으로 ‘인간낚시’를 벌였다는 내용, 고위직 출신 수감자들도 수시로 폭행당하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는 내용 등.

 국가기관에 의한 첫 공식 작업으로서 의미가 큰 이번 사례집 발간은 앞으로 크게 확대돼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사례들은 북한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권침해 상황의 극히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중한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칫 과장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사후에 판명될 우려가 있는 사례들은 최대한 가려내야 한다. 정부기관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작업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면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공식적·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북한 인권 상황을 집중 추적하기 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크게 확충돼야 한다.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 사례를 꼼꼼히 기록해 나가는 일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노력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