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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타임워너 합병 '광대역 시대 향한 전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른 케이블 기업들은 지금 당장 AOL의 합의 명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번 명령서는 향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지난 14일 FTC(Federal Trade Commission)가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함으로써 고속 인터넷 접속을 규율하는 중요한 지침이 최초로 마련됐다.

이번 합의 명령은 AOL-타임워너 계약에만 적용될 뿐, 다른 케이블 소유주들은 이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종적인 합의를 통해 애써 강구된 이번 타협은 인터넷 광대역 캐리어들이 억지로나마 경쟁 서비스 업체들과 거래하는데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볼티모어 대학 법학대학원 교수이며 비영리 기관인 미국 반독점 협회(American Antitrust Institute) 회장인 밥 레인드는 “이것이 공개 접속에 대한 논란에 영향을 미칠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레인드는 광대역 캐리어들에 대한 산업 전반에 걸친 규율을 확립하는 작업은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FCC 역시 AOL-타임워너 계약을 승인해야 할 것이다. 승인 결정은 아직 보류돼 있지만, 이 정부기관은 아직까지 고속 인터넷 케이블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들에게 AOL-타임워너와 FTC간에 도출됐던 것과 같은 광범위한 제약을 가하는 것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심 문제 공략

지난 14일의 합의 명령으로, AOL은 3가지의 일차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AOL은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경쟁 관계에 있는 하나의 광대역 ISP에게 자사의 케이블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그 후 90일 내로 최소한 두 개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AOL은 경쟁 ISP나 자사 네트워크에 있는 인터랙티브 TV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컨텐츠의 흐름을 방해하지 못한다. 또한 AOL의 DSL 서비스를 모든 가입자들에게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

산업 관측통들은 FTC가 핵심적인 경쟁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

600개 ISP를 대표하고 있는 텍사스 ISP 협회의 W. 스코트 맥콜로프 변호사는 “FTC는 우리가 그들에게 표명했던 많은 우려사항을 아주 훌륭하게 다뤘다. 그들은 우리에게 AOL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고 평했다.

FTC의 결정이 있기 전에 타임워너와의 액세스 계약을 체결했던 AOL의 경쟁업체인 어쓰링크(EarthLink) 역시 이번 합의 명령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쓰링크의 법무 및 공공 정책 담당 부사장인 데이브 베이커는 “어쓰링크는 AOL과 타임워너가 타협에 합의한 사실과 FTC가 그들의 합병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 FTC의 결정은 타임워너 케이블 소비자들이 앞으로 광대역 인터넷 제공업체 및 컨텐츠에 대한 진정한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는 곤란한 문제

레인드는 이번 협정을, 법정 싸움이라는 위험요소를 고려한 ‘합리적’인 타협이라며,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최종 합의가 FTC를 위한 양보임과 동시에 AOL을 위한 양보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규제 당국이 어떤 일을 해결한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곤란한 문제는 세부적인 사항 속에 있다. FTC는 AOL이 경쟁업체들과 성실하게 교섭하도록 만드는 규정들을 추가했지만 법 집행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개적’ 또는 ‘강요된 액세스’라고 자주 일컬어지는 이 문제는 AT&T의 텔레-커뮤니케이션즈(Tele-Communications) 인수와 관련해 처음 제기된 이후 2년 동안 지속돼왔다.

특히 ISP들과 소비자 대변자들은 케이블 TV 업체들이 운영하는 고속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동등한 액세스권을 얻기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AT&T, 컴캐스트(Comcast), 차터 커뮤니케이션즈(Charter Communications) 같은 대부분의 주요 케이블 운영업체들은 익사이트@홈(Excite@Home)이나 로드 러너(Road Runner) 같은 최대 광대역 ISP 제휴사들에게 경제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일부 케이블 비평가들은 소비자들이 컨텐츠로부터 봉쇄당할 가능성이나 케이블을 소유한 ISP들이 우선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다른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케이블 ISP에게 어쩔 수 없이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쟁이냐 규제냐

애당초 케이블 운영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네트워크를 설치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케이블 업계는 서드 파티 ISP 트래픽을 수용한다는 아이디어에 열을 올렸고 심지어는 그것을 새로운 잠재적 수입원으로까지 여기게 됐지만 규제적인 간섭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경쟁으로 인해, 케이블 운영업체들이 마켓플레이스에 의해 주도된 계약을 체결해 컨텐츠 및 ISP 파트너들을 극대화하거나, DSL, 무선, 위성 같은 유사 서비스에 패배의 쓴 맛을 맛볼 위험을 무릎쓰게 될 지도 모른다.

노스웨스턴 대학 법과 대학원 조교수이며 공개 액세스 비평가인 제임스 스페타는 규제에 관한 예일 저널(Yale Journal on Regulation) 2000년 겨울호에서 케이블 업계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광대역 액세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수요의 본질은 전체 플랫폼에 걸쳐 제공되는 컨텐츠 서비스가 매우 다양하다는 데 민감해질 것이기 때문에 공개 액세스를 규정짓는 것은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다.”

일부 케이블 운영업체들은 그들이 동등한 액세스권을 기꺼이 수용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미 주요 ISP들과 제휴했으며 다수의 ISP들을 그들의 네트워크에 추가하는 작업을 기술적으로 실험중이다.

비록 AOL이 약 2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의 다이얼업 ISP이긴 하지만, 이 회사는 고속 넷 액세스 전략을 확보하려고 열심이었다. 그로 인해 AOL은 사설 케이블 네트워크를 공개하려는 노력을 주도했던 것이다. 이제 일부 연방 규제자들은 공개 액세스가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사실과 공개 액세스가 허용되지 않으면 광대역 인터넷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FTC는 케이블 공개 액세스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린 최초의 정부기관이 됐다.

몇 달 동안, 공개 액세스 지지자들은 또 다른 정부기관인 FCC가 케이블 넷 액세스를 규율하거나 최소한 그 동안 독자적인 요건을 부과해온 일부 지방 자치단체들에게 지침을 제공하도록 권고해왔다. 하지만 몇 차례의 연구 끝에 FCC는 케이블 업계 스스로 동등한 액세스권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핸드오프 방식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누구 책임인가

케이블 산업을 통제하는 가장 직접적 관계당국인 FCC가 대체로 외면하고 있을 때 FTC가 케이블 공개 액세스에 대해 그토록 강한 관심을 보여왔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렌델은 “FCC는 광대역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1996년의 통신법은 음성 관련법이다. 음성 서비스만이 규제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과 산업 관측통들은 FTC가 이 문제를 반독점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색다른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FCC가 훨씬 더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FTC보다는 외부의 감시에 보다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다.

공익 법률회사인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Media Access Project) 사장이며 공개 액세스 요건의 지지자인 앤드류 슈와츠맨은 “FTC는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훨씬 벗어나 있다. 의회는 세세한 부분까지 FCC를 조종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반독점법들은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왔다”고 지적했다.

합병을 막을 것인가 말 것인가

슈와츠맨의 설명에 따르면, FCC는 당사자들이 연방법을 준수하고 통신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있으며 다른 요구되는 법적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나면 대체로 합병을 승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FTC는 경쟁상의 문제와 관련돼 있는 중대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의 합병을 면밀히 조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슈와츠맨은 “FTC는 조사 대상으로 선택한 몇 개의 문제들만을 철저히 조사한다”고 덧붙였다.

AOL과 타임워너는 그들의 네트워크를 경쟁 ISP들에게 공개하는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FTC가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합병을 막을 것인지를 심사숙고했다고 주장한다.

슈와츠맨은 “FTC 앞에 놓여있던 문제는 일종의 공개 액세스를 받아들이는 합의 명령이, 비록 완전하진 않더라도 합병을 막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였다. 그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다. 중소규모 ISP들에게 차별 없는 액세스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케이블 산업은 FTC가 ISP들을 수용하는 몇 가지 조건들을 덧붙여서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미국 케이블 TV 협회(National Cable Television Association, NCTA) 회장인 로버트 삭스는 AOL 타임워너에 대해 FTC가 부과한 공개 액세스 조건이 ‘약간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어떤 정부기관에 의한 것이든 그 조건은 그런 거래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다른 케이블 운영업체나 혹은 업계 전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삭스는 ISP 액세스 계약을 정책입안자들의 압력 아래 협상하는 것은 보통의 자유 마켓플레이스 환경에서 행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규제가 적절한 것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삭스는 “우리는 케이블 산업에 대한 규제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면서, 20개 주 이상이 올해 공개 액세스 문제를 검토했으나 한결같이 그런 아이디어를 보류하거나 완전히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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