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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차 내한한 '장 르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레옹'에서 빈틈없고 냉혹한 킬러로, '그랑블루'에서 우직하면서도 괴팍한 잠수부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배우 '장 르노'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이번 방한은 신작 '크림슨 리버'를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레옹' 개봉당시 방한에 이어 두번째이다. 14일 서울에 도착한 그는 15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크림슨 리버'는 '증오'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최신작.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액션 스릴러물로 장 르노는 뱅상 카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니먼'역을 맡았다. 국내 개봉은 1월13일로 예정돼 있다.

'올리브 나무 키우는 걸 좋아한다'고 밝히는 장 르노는 무엇보다 팀웍을 가장 중요시 할 만큼 겸손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남다른 소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기자회견장에 설치된 뱃속의 태아를 형상화한 얼음조각에 관심을 보이며,('크림슨 리버'에서 모든 피살자는 태아의 자세를 한 채로 발견된다)
"프랑스에서도 영화 홍보를 할 때 이런 얼음조각을 만들면 좋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평소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그답게 가족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저 "아이들이 조금 많은 평범한 가정"이라며 간단히 답변했을 뿐, 대부분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 모든 영화에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선 시나리오가 중요할 것이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시나리오여야 하고, 스스로를 그 역할에 녹아들게 할 수 있는지, 작업하는 사람들과 팀웍을 잘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된다."

- 카소비츠 감독은 흔히 제2의 뤽베송이라 불리우며 주목받고 있다. 두 명의 감독과 작업해 본 배우로 그 둘을 비교한다면.

"우선 나이가 차이가 난다(웃음)
. 감독이기전에 둘 다 좋은 친구들이다. 카소비츠는 사회성있는 작품을 만들고, 뤽 베송은 신화적 느낌의 작품을 많이 한다. 각각 서로 다른 영화에 대한 개성있는 시선을 가졌다."

- '크림슨 리버'의 '니먼' 형사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모든 연기는 내재적인 창조작업을 요구한다. 형사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니먼'형사의 내재적인 갈등과 고민을 표현하고자 했다. 절망이 아닌 고뇌하는 인간적 모습으로."

- 산악장면을 찍을 때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다. 고도 3400mm이상에서 영하 19도의 날씨속에 80여명의 스텝들이 함께 작업했다. 물품조달하는데도 어려워 3주간 일정이 지연될 정도였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데서 위로를 얻었다. 끝내놓고 보니 그런 어려움 자체가 작품속에 녹아들어가 영화의 무게를 주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 출연작을 다시 보지 않는다고 하던데.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찍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 할 작품을 위해 과거의 것을 되새기는 과정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배우들에게 나르시즘은 위험하다. 에고(ego)
가 강해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연기에 대한 훈련을 한다. 늘 주변사람들을 관찰한다. 여러분 중에서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나중에 영화속의 내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

- 할리우드와 프랑스 영화 시스템의 차이점은.

"광의적 질문이다. 물론 많은 부분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미국에서 영화는 산업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아직 영화가 예술의 범위에 속한다. 물론 영화의 양면성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할리우드나 프랑스나 카메라 앞에 선 배우가 고독하기는 마찬가지다.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시장을 독식해서 다른 나라의 영화는 사라질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Joins 김은희 기자<jinni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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