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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36대, 연 순소득 1억…섬마을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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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 화흥포에서 카페리로 40분 만에 도착한 노화도. 선착장 근처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정주영(49·전복 종묘장 운영)씨는 “섬에 스크린골프장 한 곳이 있는데,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이 한 개씩 추가로 들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가운데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100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노화읍사무소 근처에 이르자 길 양편으로 SM7·그랜저는 물론이고, 에쿠스·체어맨·제네시스가 즐비하다. 검은색 링컨 콘티넨털 등 고가 외제 차량도 보인다. 모두 섬 주민들 것이다. 면적 25㎢의 노화도 인구는 지난해 말 2618가구 5829명. 이들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50대로 외제 차량도 36대에 달한다. 고급 주택도 섬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주찬(54) 노화읍장은 “연간 순소득 1억원 이상인 집이 564가구나 된다”며 “목포·광주광역시 등에 집을 사두고, 주말과 휴일이면 고급 차를 배에 싣고 육지로 나가 골프를 치고, 쇼핑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전남 지역 2만1809어가(漁家) 중 1억원대 소득을 올린 곳은 2230가구에 불과한데 이 중 25%가 노화도에서 나온 것이다.

 노화도를 부자 섬으로 만든 것은 ‘바다의 산삼’ 전복 양식이다. 1981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전복 양식에 나선 노화도에서는 현재 713가구가 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해 전복을 기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전복 소비가 늘면서 양식 사업도 커졌다. 일반적으로 전복 가두리 양식은 가로·세로 2.2㎡ 한 칸당 2년반에 한 번씩 200만원어치를 출하한다. 어가마다 이런 가두리를 수백 칸씩 가지고 있다. 이날 양식장에서 전복을 수확하던 유상수(31)씨는 “소득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한겨울에도 물속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고소득을 올리자 5년 전쯤부터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하거나 육지로 나가지 않고 섬에 남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김윤철(35)씨는 경기도 광명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2008년 6월 고향인 북고마을로 돌아와 400칸의 가두리에서 전복을 기르고 있다. 지난해 9월 7000만원을 주고 아우디를 장만한 그는 “해마다 4억원어치의 전복을 출하하는데 비용을 제외하면 40% 정도가 남는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른 섬과 달리 생기가 돌고 있다. 3개 초등학교 학생 279명과 중학생 143명, 고교생 138명에 영·유아를 포함하면 20세 이하가 700명이 넘는다. 계속 줄어들던 인구도 2009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재섭(59·미라마을)씨는 “지금이야 성공을 거둬 돈을 제법 벌지만 초기에는 새끼 전복들이 폐사해 큰 손해를 보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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