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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환자 위독한데 태블릿PC 꺼내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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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울대병원 암병동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태블릿PC에 설치된 ‘스마트 베스트 케어’ 앱을 활용해 암환자의 과거 영상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의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유수의 병원과 손잡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개념 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 SK텔레콤은 올 1월 서울대병원과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헬스케어 합작사인 ‘헬스커넥트’를 세웠다. KT도 지난달 연세대 의료원과 의료-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사업 전문 합작회사인 ‘후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은 이미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 전용으로 만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스마트 베스트 케어’를 통해서다. 이 앱을 활용하면 의료진이 병원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400여만 명 환자의 각종 진료기록과 X선 사진 같은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다. 이 병원 최진욱(50) 의료정보센터장은 “환자 관련 기록 중 자기공명영상촬영(MRI)처럼 커다란 화면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데이터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앱은 서울대 의료정보센터와 SK텔레콤이 6개월간 만들었다.

 응급환자가 많은 흉부외과 등에서는 이 앱을 통해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흉부외과 김경환(46) 교수는 지방 출장 중 이 앱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뒤 처치를 지시해 위독한 환자를 살려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심장이나 뇌 관련 환자는 조금만 처치가 늦어도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가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건 큰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인 MGH나 존스홉킨스의대, MD앤더슨암센터 등에서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기도 했다.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앱도 병원 내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28대)를 통해 가동 중이다. 환자용 키오스크는 34가지 암에 대한 정보는 물론 암 관련 동영상 102종과 암 자가진단 정보 등을 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를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올 1월 출시한 치과용 앱인 ‘스마트 덴탈’은 비싼 가격(299달러)에도 불구하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7000건에 달한다. 대부분 치과 의사가 고객이다. 애플 앱스토어 의료용 앱 부문에서 1위(2월 말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앱은 첨단 3D그래픽을 활용해 간단한 터치만으로 충치치료부터 임플란트에 이르기까지 총 20종의 치과 치료 과정을 환자들에게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렇게 의료 서비스 쪽으로 발을 뻗치는 이유는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의료 서비스 국내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성장세가 주춤해진 이통사들로서는 새로운 황금어장인 셈이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 합작사인 헬스커넥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철희(56) 서울대 보라매병원장은 “지금까지 병원 진료가 사후치료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IT를 바탕으로 사전 예방으로 방향이 옮겨갈 것”이라며 “금융을 비롯한 기업현장을 IT가 바꿔놓은 것처럼 병원도 이런 변화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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