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가쟁명:유주열] 대륙문화 속의 섬문화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 주거문화이다. 대도시에 아파트가 즐비하고 생활양식이 서구화로 가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아파트에는 개별 방이 많고 화장실도 방만큼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아파트문화는 중국의 고유 주거 문화와 충돌된다.

서양문화는 섬의 문화다. 서양문화의 기초가 된 그리스는 섬이 많다. “섬(island)"의 어원은 바다로 둘러싸인 땅이란 뜻이다. 그래서 섬에 사는 사람들은 이웃의 침범을 덜 받아 개별적이고 독립심이 강하다.

섬과 대비되는 중국의 대륙문화는 농사가 중심이 된다. 농사는 집단노동을 필요로 하고 집단을 통솔하는데 위계질서가 따른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위계를 중시하는 예(禮)를 강조했다. 공동작업이 많으므로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되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10년전만 해도 중국의 공중화장실에는 문이 없었다. 문이 없으므로 서로 마주 보고 볼 일을 보게 된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공중화장실 가기가 두려웠다. 외국인들 사이에 중국의 공중화장실이 “니하오 화장실“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인사를 나누면서 볼 일도 보는 특별한 화장실인 셈이다.

그러나 집단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문 없는 화장실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중화장실을 공중목욕탕처럼 이해한다. 공중목욕탕에도 동성끼리 누구나 벌거벗고 목욕을 하는데 이상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서양의 식당에는 주로 2인석이 많아 사각테이블로 식당의 홀을 채운다. 그리고 혼자서도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그러나 중국에는 식사도 집단으로 하므로 8-10인용 원형테이블이 많다. 중국요리의 특성상 사실 그정도 되어야 제대로 된 요리를 고루 고루 먹을 수 있다.

혼자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서양사람들은 중국에서 여행할 때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큰 고충이라고 한다. 요리 한가지 주문하면 최소 4인분이 나오기에 처치 곤란에 빠진다.

중국의 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서양의 섬문화에서 시작된 개인주의가 발달되고 있다. 특히 한 자녀 낳기운동으로 가속화되는 분가현상을 보면서 대륙문화 속에 섬문화가 얼마나 잘 조화될지 걱정스럽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