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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참가해 본 발명특허영재교육원 첫 선발 면접

중앙일보

입력

박상민 개웅초 교사(왼쪽)와 임선영 기자(오른쪽)가 미래산업과학고 발명특허영재교육원의 심사위원이 돼 면접을 보고 있다.

‘높은 과제 집착력, 생활 속 문제의식 발휘’ 발명특허영재교육 전문가들이 꼽은 발명영재의 자질이다. 미래산업과학고 발명특허영재교육원이 첫 문을 열고 지난 14일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을 실시했다. 이날 심층면접엔 서류심사를 통과한 66명이 응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승인한 이 교육원은 발명에 재능 있는 서울지역 초·중·고교생들을 선발해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하는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날 면접에 기자가 심사위원이 돼 참여했다.

발명과 사업화 아이디어 논리성이 관건

 면접 시작 한 시간 전.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 교사, 영재교육 전문가, 대학 교수 등 심사위원 1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면서 질문을 준비했다. 심사위원 12명이 두 명씩 한 조를 이뤄 10~12명의 학생을 담당했다.

 서류는 자기소개서, 발명 아이디어, 사업화 계획서, 지원자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자료(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 1위, 지역교육지원청 영재교실 수료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수상 서울학생탐구발표대회 수상 등), 학교나 지역교육청 발명전담 교사의 관찰 추천서 등으로 구성됐다. 미래산업과학고 신재경 교사는 “발명특허영재교육원의 교육과정은 원서 작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지원서가 일종의 학업계획서인 셈”이라며 “지원자들이 입학하면 지원서에 적은 발명 아이디어를 교육과정을 통해 발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접 평가항목은 관련교육기관 수료, 수상 경력 등 우수성 능력(20점), 아이디어 창출 능력(40점), 발명품을 사업화하는 영재기업인 능력(40점) 등으로 구성된다. 면접의 관건은 ‘지원자가 발명과 사업화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느냐’에 달렸다. 심사위원들은 “지원자가 직접 구상한 아이디어라면 논리적 일관성이 있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논리적 허점을 보일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심사위원 2명에 지원자가 2명씩 들어와 면접을 보는 2대 2 면접이 시작됐다. 기자는 박상민 개웅초 교사(실용창의력교육연구회 회장)와 함께 중학생 지원자들을 면접했다.

작동 원리와 문제 해법 스스로 찾아야

 심사위원은 서류내용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을 하는 한편 동시에 멘토가 돼 발명 아이디어에 대해 조언했다.

 “자신의 발명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심사위원), “태양광을 이용한 공용 음식물 쓰레기 건조 수거함입니다.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서 나는 악취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했어요.”(오윤서·대청중 1), “발명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사람들의 불편을 개선해주는 것이요.”, “그럼 발명이 또 다른 불편을 주면 안되겠네요. 자신의 발명품에서 불편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태양전지판을 쓰레기통에 연결하면 수거함의 부피가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은 무엇일까요?“, “태양전지판을 얇게 압축하면 될 것 같아요.”

발명영재는 과제 집착력과 창의성 갖춰

 “지퍼 옷? 이런 발명 아이디어가 떠오른 계기는 무엇인가요?”(심사위원)

 “초등 6학년 때 다리를 다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커다란 보조기구를 끼고 있어서 옷을 입을 때 매우 불편했지요. 그때 바지에 지퍼를 달아서 입었어요. 저처럼 다리가 불편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이진혁·노원중 2), “팔과 몸 전체가 아픈 경우는 어떻게 할 건가요?“, “지퍼를 팔 부분이나 몸 전체에 달면 어떨까 싶어요.”

 자신이 고안한 발명품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아이디어는 특허출원을 했네요.”(심사위원)“양말은 따로 떨어져있어서 세탁기에서 꺼내 건조대로 갖고 갈 때 불편하잖아요. 양말도 굴비처럼 엮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공형동·창원중 3), “원리를 설명해주세요.”

 “헌 바지에 있던 고무줄 2개를 번갈아 끼워 생긴 공간에 양말을 끼우고, 맨 꼭대기에 고리를 달아 건조대에 쉽게 널 수 있게 했어요.”
 
문제의식 갖고 불편 해결할 대안 갖춰야

 고득점 합격자들은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대답에 논리적 일관성이 있었다. 이는 정답과는 무관하다. 답변의 앞뒤가 서로 연결되고 근거를 갖춰야 한다. 다음은 생활 속에서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용적인 방안을 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아이디어에 대한 심사위원의 논리적 지적에도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탈락자들에겐 이런 공통점이 발견됐다. 먼저 발명 아이디어의 핵심 기술이 기존에 있던 기술이었다. 기존의 대체품과 비교해 경쟁력도 없고 오히려 불편함을 더 유발하는 요소들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발명 아이디어가 서툴러도 면접에서 자신만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면 합격 가능성은 열려있다.
 
기존 발명품 살펴보며 많이 만들어봐야

 ‘과제 집착력과 창의성’ 심사위원들이 꼽는 발명영재들의 공통점이다. 심사위원들은 “발명영재는 수학·과학같이 수치적으로 객관화 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원리를 잘 몰라도 발명을 하면서 그 원리를 깨우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경섭 여주대 교수는 “면접에서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낸 발명품은 무겁고 값비쌌다”고 말했다. “그건 발명을 위한 발명으로 아무리 겉으로 좋아 보여도 불편을 주면 발명이 아니라, 퇴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중·고교생은 거창한 발명품에 집착하지 말고 열린 마음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훗날 발명에 필요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식 미래산업과학고 교사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미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계속하면서 검색해봐야 한다”고 권했다. “다른 발명품들을 많이 볼수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되는 발명품을 만들려면 많이 만들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명특허영재교육원은=초·중·고교생 각 20명씩 총 60명을 대상으로 11월까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수업료는 연간 재료비 10만원 캠프비 10만원이다. 수업은 기업가 정신 코칭, 미래기술 탐구과정, 창의적 사고기법, 발명설계, 공학설계, 기계원리 탐구과정, 디지털 논리회로, 탐구과정, 발명과 정보기술, 프로그래밍 탐구과정, 융합적 문제해결 탐구과정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을 담당할 강사들은 발명영재 관련 직무연수를 이수하거나 특허 실적이 있으며 KAIST IP영재기업인교육원에서 교수학습 교육을 받은 강사들이다. 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은 10월에 실시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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