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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마리 중 으뜸은 남편이 선물한 100번째 황금 개구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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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호 04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미술관을 지나 잘생긴 소나무들 사이로 언덕을 올라가면 길쭉한 하얀 집이 나온다. 전형필 선생의 아들 우송 전성우(78) 간송미술관장과 우두 김광균 시인의 딸인 송리 김은영(71.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매듭장 내외가 살고 있는 곳이다. 지은 지 46년 됐지만 여전히 모던한 집안에는 특이한 물건들이 곳곳에 있다. 개구리다.

나의 애장품<1> 간송 며느리 김은영 매듭장의 '개구리'

"잘 알고 지내던 최순우(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선생님 댁을 신혼 초 찾은 적이 있어요. 물 채운 백자 수반 위에 초록색 개구리 조각 2개가 어찌나 시원하고 예뻐보이던지. 한 마리 달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한 마리만 갖다 놓으니 너무 외로워보이더라구요. 그 뒤로 어디 갈 때마다 개구리를 모았어요."

친지며 친구들도 그를 위한 여행 귀국선물은 으레 개구리였다. 그렇게 모은 세계 각국의 개구리 조각이 600점이 훨씬 넘는다. "모스크바와 상페테르부르크에서만 구입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추운 나라니까 그런가 봐요."

자연스럽게 각국의 개구리 관련 이야기도 알게 됐다. 일본에서는 개구리를 지갑에 달아놓는데, 개구리를 뜻하는 '가에루'라는 말이 '(돈이) 돌아온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 인도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연결해 주는 큐피드 역할을, 중국에서는 부귀의 상징이라고 한다.

거실 테이블 수반 속엔 1호 개구리를 중심으로 공작석, 장미석, 자수정, 비취로 만든 보석 개구리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얘들은 경칩부터 입동까지는 물 속에서 지내다 입동이 지나면 솜방석 위에서 겨울을 나게 해줘요."

구름 위에서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최병민 작가의 은 개구리 한 쌍, 이집트 파라오 느낌이 나는 김주호 작가의 주황색 흙개구리 한 쌍, 갈색 백자 조각인 김이경 작가의 진사 개구리, 김기철 작가의 청자 느낌이 나는 연꽃 속 개구리 등은 상상력이 풍부하게 표현된 작품들이다. 항상 원기 왕성하게 사시라고 제자들이 사준 높이뛰기 개구리의 포즈도 재미있다.

내부가 4층으로 된 유리 수납장 문을 여니 수백 마리 개구리의 합창이 들리는 듯했다. 4층에는 주로 옥으로 된 것들, 3층에는 금속과 도자기로 만든 것들, 2층에는 유리 제품, 1층에는 일본산 개구리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개구리는 어떤 것일까.

"99개를 모은 뒤 남편에게 '100번째 개구리는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더니 작은 황금개구리를 선물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개구리는 아무도 안 보여줘요. 못생겨서요. 호호." 매듭장의 미소가 소녀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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