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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이야기] 홍수환 “안경 벗으니 챔피언 포스 살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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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 회장(오른쪽)이 정기검진차 안과에 들려 박영순 원장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아이러브안과]

노안수술로 시력 1.0 회복 … 사전글씨도 보여

4전5기의 신화를 만든 한국권투위원회 홍수환(61) 회장에게도 노안은 비켜가지 않았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시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몇 년 사이엔 백내장까지 겹쳐 돋보기를 써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안경을 쓴 세계챔피언이라니….

 그가 얼마 전 노안수술을 받았다. 집도한 의사는 국제노안연구소 박영순(57·아이러브안과) 원장. 둘의 인연은 복싱으로 이어졌다. 1년 전쯤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박 원장에게 관장이 홍 회장을 소개했던 것.

 하지만 홍 회장을 처음 본 박 원장은 다소 실망했다. 돋보기를 낀 그의 모습은 링에서 포효하던 챔피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 원장은 “홍 선수는 1970년대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준 국민의 우상이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홍 회장의 시력은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할 정도였다. 먼 거리 시력는 오른쪽이 0.7, 왼쪽이 0.4, 근거리는 양쪽 모두 0.1이었다. 멀리 볼 때 안경을 쓰고, 가까운 거리는 돋보기를 이용해야 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특히 백내장까지 찾아와 시야가 깨끗하지 않고, 이로 인해 늘 피로감을 느꼈다.

혼탁한 수정체 걷어내고 특수렌즈 끼워넣어

박 원장이 먼저 홍 회장에게 노안수술을 권했다. “수술을 하면 돋보기를 벗을 수 있다. 홍 회장은 복싱 세계챔피언이지만 나는 노안수술의 달인이다. 예전에 홍 선수에게서 받은 감동을 노안수술로 갚고 싶다”고 설득했다.

 홍 회장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술은 2월 24, 25일 양일에 걸쳐 한쪽 눈씩 진행됐다. 시술시간은 10여 분. 그는 수술 다음 날부터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홍 회장이 받은 노안수술은 특수렌즈 삽입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환자를 수술할 때 혼탁한 수정체를 빼내고 그 자리에 대신 인공수정체 렌즈를 대신 채워 넣는다. 이때 넣는 인공수정체는 단안(먼 거리에만 초점이 맞춰짐)렌즈였다. 하지만 노안치료용 특수렌즈는 근거리·원거리 모두 잘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2006년 2월 유럽CE마크, 2005년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 공인을 받아 안전성도 검증됐다.

홍수환 “집사람·동생에게도 수술 권하겠다”

수술을 받은 홍 회장의 현재 시력은 먼 거리 1.0, 근거리 0.8(사전 글씨를 볼 수 있음) 수준. 박 원장은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수술 부위가 안정되면서 시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난시와 백내장도 이 수술로 해결됐다.

 홍 회장은 수술을 받은 뒤 노안수술 ‘홍보대사’가 됐다. 그는 “안경을 벗으니까 왕년의 챔피언 포스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들 한다(웃음). 세계권투평의회(WBC)가 멕시코 칸쿤에서 곧 열리는데 편하게 갔다 올 것 같다. 집사람(옥희)과 동생(홍수철 목사)에게도 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에게 권투선수로서 의사 박영순 원장의 실력을 물었다. “박 원장은 왼손잡이로 복싱에 유리해요. 나는 한번도 왼손잡이에게 진 적은 없지만…(웃음). 권투는 기본기가 바탕이 돼야 해요. 박 원장이 복싱연습을 하는 걸 보면 성실성과 열정이 느껴져 나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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