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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탈모약 ‘노시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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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남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질환이다. 대부분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남성형 탈모증이다.

 과거엔 치료 불가능한 질환으로 여겼지만 최근 남성호르몬 변환물질인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이 모근을 약하게 한다는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탈모 치료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남성이 의학적 탈모 치료 대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민간요법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의학적 치료에 대한 근거 없는 속설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성기능 저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인증 받은 탈모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제제(프로페시아, 먹는 약)와 미녹시딜(바르는 약) 뿐이다. 국내 출시는 10년 전으로, 그동안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받았다.

 탈모치료제의 성기능 이상 반응은 약의 복용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심리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때문이다. 부작용을 사전에 알고 복용했을 때, 약물 작용이 아닌 심리적 요인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짜 약을 먹고 실제 효과를 본 것처럼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 개념이다.

 외국에서 12개월간 진행한 3건의 임상시험에서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환자 945명 중 1.3%가 발기부전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프로페시아와 겉모양은 같지만 약 성분이 없는 위약을 복용한 환자 934명 중에도 0.7%가 발기부전을 호소했다.

 또 성기능 이상으로 프로페시아를 중단한 남성과 부작용이 있더라도 치료를 계속한 남성 모두 시간이 지나며 이상 반응이 호전됐다.

 발기부전은 약물 치료를 계속할수록 오히려 줄어 5년째 약물을 복용했을 때는 0.3% 이하로 감소했다. 성기능 이상 반응이 약물보다 심리적·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최근 피나스테리드제제를 중단한 후에도 성기능 이상 반응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미국 FDA의 안전성 서한은 피나스테리드제제를 복용한 일부 환자들의 자발적 보고일 뿐이다. 피나스테리드제제와 성기능 장애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검증한 임상시험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실제 의학적으로 검증된 임상시험에서도 복용 환자 일부에서 성기능 이상 반응 사례가 있었지만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졌다. 또한 피나스테리드제제는 복용 후 6시간이 지나면 50%, 24시간이 지나면 거의 100%가 체외로 배출될 정도로 인체 내 반감기가 짧다. 이 때문에 약물 복용을 중단한 후에 약물로 인한 이상 반응이 지속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이번 FDA 발표로 이상 반응이 없는 환자가 일부러 약물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등에서 찾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속설 등에 의지해 자의적으로 치료를 결정하고 중단하기를 반복하기보다 의료진을 찾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살피고 치료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탈모치료제 복용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량을 지키고, 이상 반응이 의심될 때는 의료진을 찾아 증상을 상담한 뒤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인하대병원 피부과 최광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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