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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각설 돌던 저우융캉 지방 시찰로 건재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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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우융캉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축출 이후 끊임없이 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70)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8∼20일 후베이(湖北) 지역을 시찰했다고 신화왕(新華網)이 21일 보도했다.

 저우 위원은 후베이성의 싼샤(三峽)댐 주변, 이창(宜昌) 등을 둘러보고 후베이성 공산당 위원회 및 성정부 인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정부가 올해 정책기조로 정한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한다)’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또 후베이 지역이 중국 중부내륙 발전을 이끄는 전략지역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 전 서기와 유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저우 위원은 정법위원회 서기로 당 서열이 상무위원 9명 중 가장 낮은 9위지만 사법과 국가안전부·검찰·공안을 책임지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상하이협력기구(SCO) 국가안전회의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각국 대표단을 접견한 데 이어 17일에도 베이징에서 전국사법소 건설공작 공로 표창자와 면담하는 등 공식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충칭시와 인접한 지역을 시찰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보 전 서기를 적극적으로 비호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저우 위원이 다음 타깃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저우 위원의 실권을 감안할 때 그의 미래와 운명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17일 사설을 통해 “보시라이 수사는 직위를 막론하고 모든 공산당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당원들은 결코 당 강령이나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고위급 인사의 추가 낙마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저우 위원의 과거 행적까지 조사 대상에 오를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대만 중앙일보도 지난 20일 저우 위원이 보시라이의 해임에 반대한 것과 관련해 이미 조사를 받았으며 정법위 서기직에서 면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세계일보(世界日報)를 비롯한 중국어 신문들도 22일 멍젠주(孟建柱·64) 공안부장이 저우 위원의 뒤를 이어 정법위 서기에 취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들 중국어 매체에 따르면 대만 정즈(政治) 대학이 전날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 인사개편과 정치계승’에 참석한 중국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멍 부장이 보 전 서기를 대신해 정치국 상무위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WP는 동시에 저우 위원이 올가을 당대회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70대의 고령인 사람을 몰아내는 것은 너무 파문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21일 보 전 서기 부부가 검은돈 60억 달러(약 6조8400억원)를 해외로 빼돌린 사실을 중국 당국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보 전 서기가 다롄 (大連) 시장으로 있던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기업체와 결탁하고 승진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시라이 부부가 돈 흐름을 알고 있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사망 당시 41세)의 입을 막기 위해 살해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구희령·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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