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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2조 대구시도 무상급식? 내달 주민 발의 조례안 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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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구의 무상급식 비율이 아주 낮은 수준이다. 초등학교부터 전면시행해야 한다.”(시민단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 재정형편을 고려해도 그게 맞다.”(대구시)

 시민단체가 제출한 조례안의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도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20일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신현자)를 열어 ‘대구시 친환경 의무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심의했다. 위원회에 참석한 여희광 대구시 기획관리실장과 이성희 대구시 부교육감은 조례 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시의원과 시·교육청 관계자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심의는 오후 4시를 넘겨 끝났다. 신 위원장은 조례안의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다며 다음달 재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나 의회가 아닌 시민단체가 발의한 조례안을 시의회가 심의하는 것은 대구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조례안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53개 시민·노동단체가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시민 서명을 시작해 12월 1일 시를 거쳐 3월 20일 의회에 제출됐다. 서명자는 3만2169명으로 제출 요건인 2만1768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초등학생, 내년엔 중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하자는 내용이다. 경비의 30% 이상을 대구시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교육청과 구·군이 분담토록 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양측은 치열하게 공방하고 있다. 시는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할 경우 562억원인 급식 예산이 100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시의 부담액은 전체의 15%인 85억원이다. 조례안 규정처럼 30%를 부담할 경우 301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중학교까지 확대할 경우 전체 급식비는 1356억원, 시 부담액은 407억원이다. 여희광 실장은 “부채가 2조원이 넘는 시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급식비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박도 만만찮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양질의 급식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가 추산한 급식 경비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예산을 절약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눈칫밥’으로 인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와 교육청은 현재 저소득층 학생 12만5000명(전체의 36%)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공청회를 여는 등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발의 조례=조례의 제정과 개정·폐지는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발의할 수 있다. 주민 발의는 지방자치법과 관련 조례에 규정된 인원(대구의 경우 주민 수의 90분의 1)이 서명해 제출하면 된다. 지방의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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