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한류는 IT 통해 문화 전파된 첫 사례”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류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석채 KT회장, 한 사람 건너 소설가 이문열씨. [안성식 기자]

국제관계와 경제 문제를 주로 다뤄온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이색적으로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세미나를 개최했다. ‘문화와 한국경제, 그리고 한류’를 주제로 KT(회장 이석채)와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는 20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외 석학,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한류(韓流)와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평가를 중심에 놓고, 경제와 문화의 관계를 되새겨보는 자리였다. 더 이상 경제 따로, 문화 따로인 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된 시대의 변화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한류는 IT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문화가 전파된 최초의 사례다. 할리우드 입맛과 다른 수요가 생겨났을 때 등장한 것이 한류다. 산업화 시대와 전혀 다른 트랜드가 나타나는 흐름을 읽어야 한다”며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은 문화로부터, 문화 쪽은 경제에서 서로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갈 길을 찾지 못했는데 한류 같은 문화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감성적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며 “한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 패러다임의 새 모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한류의 글로벌 전략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기 소르망 인터뷰 36면>

　토론자로 참여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한류에 대한 평가도 새겨들을 만했다. 그는 “서양인이 K-팝 따라 하는 것을 보며 한국인은 흥분하지만 아직 한류는 세계적으로 보면 미미한 단계”라며 “K-팝 리듬과 이미지가 글로벌 트랜드에 맞기에 서양인이 좋아하는 것이지 한국적이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려면 세계적 흐름과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승환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한류의 출발은 경제적 동기였다”며 문화상품 생산자의 고충을 이야기했다. 제작비는 계속 많이 들어가는데 앉아서 망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일본이든 중국이든 해외진출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 소비 내수(內需)가 작고, 문화예산도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인 것이 문제”라며 “한류가 앞으로 주춤할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지만 한국인의 문화적 기질로 볼 때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