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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스하키, 가까워진 평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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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이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 B에서 우승한 뒤 한데 모여 1위를 뜻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새 역사를 썼다.

 한국(세계랭킹 31위)은 22일(한국시간) 폴란드 크리니차에서 끝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B(이하 1-B)에서 홈팀 폴란드(23위)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5연승을 거둔 한국은 풀리그로 진행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1-B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다음 시즌부터 일본(22위)이 속해 있는 디비전1 그룹A로 승격한다. 디비전1에서도 1위를 차지하면 챔피언십에 진출한다. 챔피언십에는 러시아(1위)와 핀란드(2위), 스웨덴(3위) 등 아이스하키 강호 14개국이 속해 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체격이 큰 폴란드에 밀렸다. 1피리어드 7분 만에 예치 가브리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6분 뒤 라스키에비치에게 추가골을 내줘 0-2로 끌려갔다. 한국은 신상우(25·한라)를 앞세워 반격을 시작했다. 1m76cm·82㎏인 그는 체격은 작지만 체력과 기술이 좋아 ‘아이스하키계의 박지성’이라 불린다. 신상우는 1피리어드 17분 김원중(28·한라)의 골을 도와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2피리어드에는 동점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피리어드에는 김형준(25·하이원)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1골·2도움을 올린 신상우는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신상우는 “네덜란드와의 경기(4-3 승)에서 오른쪽 어깨가 빠졌다. 폴란드전에 못 뛸 줄 알았는데, 한창수 트레이너가 잘 끼워 맞췄다”며 “선수단 전체가 한 몸이 돼 열심히 했다. 이제 일본이 있는 그룹A에 올라가는데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다. 평창 올림픽에 꼭 뛰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는 겨울 올림픽의 꽃이라 불린다. 그러나 한국 아이스하키는 겨울 올림픽에 한 차례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평창이 2018년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도 아이스하키계는 한숨만 쉬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12위 안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업팀 2개, 대학팀 5개뿐인 상황에서 랭킹 12위는 꿈 같은 일이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 개최국이 아이스하키에 출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국의 간곡한 요청에 IIHF는 랭킹 18위에만 들어도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주겠다며 규정을 완화해 줬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는 하나로 뭉쳤다. 그동안 한국을 무시했던 일본도 정기전을 허락했다. 한국은 1일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4-2로 꺾기도 했다. 정춘교 아이스하키협회 사무국장은 “선수단이 자랑스럽다. 기량을 꾸준히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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