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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북한은 중국의 지지를 잃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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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국제대학원장
전 주한 미 대사

대부분의 나라에선 로켓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 향후 계획에 골몰하거나 최소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분석해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러지 않는다.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발사에 실패하자 곧바로 새로운 단계의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보다 위력이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핵실험이다.

 북한이 초청한 서방 기자들의 보도 덕분에 전 세계는 북한 과학자들이 식량생산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는 도가 텄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아마 새로 들어선 3대 세습 지도자 김정은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전 세계에 보여준 듯하다. 여태껏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된 이 소년 지도자의 기량이라곤 말을 탈 줄 알고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밖에 없었다.

 북한이 미국과 다른 국제사회에 조직적으로 도발하는 것에 대해 아시아에선 동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4월 16일 제안됐던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중국을 포함한 그 누구도 북한을 다루는 데 다른 나라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듯하다. 로켓 발사 준비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의 발사 중지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은 수세기에 걸쳐 한반도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다. 주변의 작은 나라들 가운데 중화제국이 가장 다루기 힘들었던 것이 바로 한반도였다. 하지만 요청에 대해 이처럼 모욕적인 거절을 당한 적은 없었다.

 북한 문제는 중국이 “이제는 됐다”라고 말할 때 비로소 해결될 것이다. 그날이 다가오고는 있지만 중국은 대북 교역과 투자 증가라는 우려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교역자와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오랜 교역 파트너였던 일본과 남한이 유엔 경제제재와 북한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대한 국민의 분노 때문에 교역을 중단한 덕분에 북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중국의 대북 교역 규모는 2005년 10억 달러에서 2011년 51억 달러로 늘었다. 늘 해왔듯이 중국은 북한에서 석탄을 비롯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기계·소비재·석유제품을 수출한다.

 중국 정부는 이처럼 급증하는 교역에 대해 북한이 시장경제의 경이로움에 감사할 것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려 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억지로 꿰맞춘 변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층이 두터운 관료조직을 가진 중국도 경제계에 누군가와 비즈니스를 하지 말라, 특히 오랜 친구이자 동맹인 나라와 하지 말라고 말하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발전은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의 하나다. 하나의 문명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중국이 걸어왔던 길은 북한 로켓보다 더욱 인상적이다. 중국은 스스로 ‘굴욕의 세기’로 부르는 시대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됐으며 문화적·지적인 업적도 이뤘다. 중국을 방문하면 인간 노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업적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수많은 중국인도 인정하듯이 중국은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물론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아직 할 일이 많다. 과거 약속했던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를 중재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모든 나라가 과거에서 온 책무를 수행해야 하며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당한 제재에서 보호하는 일은 중국이 계속 할 일이 아니다. 이제 중국은 말 대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에 투표하는 것은 물론 양국 간 교역도 중단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국제대학원장 전 주한 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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