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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 준결승 1국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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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1국>
○·천야오예 9단 ●·원성진 9단

제 11 보

제11보(116~133)=한국바둑이 영화로운 10년을 끝내고 수난기에 접어들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란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저력의 한국은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며 중국과 맞서고 있다. 비씨카드배 세계대회에서 중국이 판을 치는 가운데 백홍석 9단이 저우루이양 5단을 격파하고 4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백홍석마저 졌더라면 4강이 모두 중국으로 채워질 판이었는데 피나는 접전 끝에 1집 반을 이겼다. 저우루이양은 한동안 중국랭킹 1위를 고수했으나 최근 7위까지 밀린 기사. 21세의 신예다. 백홍석은 ‘2등 전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준우승을 많이 한 기사로 랭킹은 9위다. 나이는 26세. 백홍석 9단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우승을 거머쥔다면 얼마나 멋진 드라마가 될까.

 이 판은 이제 와선 흑의 낙승 흐름이다. 원성진 9단은 넉 점을 포기하고 중앙을 두텁게 정리한 다음 133으로 향했다. 크기로는 A만 못할지 모르지만 매우 두터운 곳으로 “이겼습니다”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 판은 179수에서 천야오예 9단이 돌을 거뒀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16강전에서 모두 탈락해 초상집 같았던 한국바둑에 원성진이란 구원투수가 나타난 것이다. 이때의 원성진이 구리 9단을 격파하고 끝내 우승까지 해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비씨카드배의 백홍석에게도 그런 근사한 장면을 기대해 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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