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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당뇨망막증 수술, 시력 회복률 98%로 국내 최고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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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남동흔(오른쪽) 교수가 당뇨망막병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길병원]

당뇨병 환자에게 두렵기로 소문난 ‘눈’ 질환이 있다. 바로 ‘당뇨망막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망막을 둘러싼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녹내장·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분류된다. 가천대길병원 안과 남동흔 교수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당뇨로 인한 망막병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2만 명에 이른다. 2030년에는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0%에서 당뇨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어 당뇨망막병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 치료는 안과질환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주변 신경이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신생혈관이 자라나 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출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백내장이 동반되는 사례도 많아 동시 수술이 필요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남 교수는 “당뇨망막병증 환자는 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망막 수술 1300건 중 70%가 당뇨망막병증

가천대길병원 안과는 어렵기로 소문난 당뇨합병증 망막수술 부문에선 최고의 병원이다. 2010년 한 해 망막 이상으로 인한 수술을 1300여 건 진행했다. 이중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60%다. 수술 후 시력회복 가능성도 98%에 이른다. 가천대길병원 안과가 당뇨망막병증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비결은 뭘까.

 남 교수는 “다양한 환자를 수술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수술기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려면 불필요한 신생혈관에서 발생한 유리체 출혈과 망막박리에 대한 유리체를 수술해야 한다. 이때 유리체 바깥은 망막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수술이 매우 까다롭다. 고전적인 유리체망막 수술법은 눈 흰자부분의 결막을 절개해 수술 후 다시 결막을 덮는 수술이다. 남 교수는 “이 수술법은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고, 결막 손상으로 수술 후 불거질 수 있는 2차 수술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 안과에서는 이를 개선한 최소침습 수술기법인 무봉합 유리체절제술과 투명각막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남 교수는 “결막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 주사기 정도의 미세한 수술 장비로 공막의 세 군데를 침습한다. 공막 안으로 조명기구를 넣어 눈 안쪽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백내장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투명각막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남동흔·이대영·이종연 교수팀은 당뇨망막병증 환자에서 이 수술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논문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후속 연구에서 이 수술법이 당뇨망막병증 환자에게서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안압 증가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내용은 유리체·망막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레티나(Retina)’에 2011년과 2012년 잇따라 발표됐고, ‘가장 많이 읽혀진 논문’으로 선정됐다.

당뇨환자 백내장에 효과적인 수술법 발표

길병원 안과는 최근 당뇨망막병증을 동반한 백내장 수술에서도 새 치료법을 발표했다. 백내장 수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안과 수술이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 등으로 인한 유리체 망막질환이 동반된 경우 수술에 어려움이 따랐다. 눈 속 렌즈의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둘러싼 얇은 막(수정체낭)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수정체 내부를 수술해야 하는데 수정체낭에 남아 있는 상피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안과의사에게는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남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전방 내 조명 이용 수술’법을 고안해 효과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눈 안으로 미세 조명기구를 투입해 수정체 안을 비춘다. 기존 수술 방법보다 효과적으로 수정체 안을 세척할 수 있다. 남 교수는 “개선된 수술법도 기존 수술법에 비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정체낭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은 백내장수술 이후에 망막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당뇨망막병증 등의 망막질환 환자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수술법 역시 국제학술지인 레티나에 게재될 예정이다.

장치선 기자

◆당뇨망막병증=당뇨병으로 인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면 망막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제 역할을 못해 생기는 병.

◆유리체=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색투명한 젤리 모양의 조직.

인터뷰 남동흔 당뇨망막병증팀 교수

-당뇨망막병증 분야에서 앞 설 수 있던 이유는.

 “길병원 안과는 1998년 안·이비인후과센터로 독립했다. 안과와 이비인후과가 독립 건물로 전문센터화 한 것은 전국에서 길병원이 처음이다. 외래 환자의 유치만큼이나 꾸준한 연구로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법을 개발하는 일이 중요했다. 특히 망막 전문 이대영 교수와 녹내장 전문 이종연 교수, 백내장 전문 김균형 교수가 유기적으로 협진, 진료·연구를 병행해 지금과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는 대부분 치료할 수 있나.

 “당뇨망막병증은 치료가 쉽지 않아 많은 사람이 실명한다. 그러나 약과 술기·안과장비의 발전으로 많은 환자가 양호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당뇨병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시점이다. 망막병증이 상당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1년에 한 번 망막검사를 받아 조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향후 당뇨망막병증의 안과 치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할 분야는.

 “당뇨병 환자의 시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당뇨황반부종이다. 최근 안구 내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항체주사가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국내 유수 대학병원의 국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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