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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장 아니야? 치명적 단서 놓쳤다간 낭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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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대비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가입했다가 손실을 보고 중도 해약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따져 볼 것은 저축상품인지 투자상품인지 여부다. 저축상품은 금융회사가 원금을 보장한다. 예금·적금이나 지급액 확정 보험·연금 등이 이에 속한다.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매우 낮은 수익률(금리)을 감수해야 한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4% 정도로 세금 등을 빼면 물가상승률(인플레)에 미치지 못한다.

인플레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연 3%의 물가상승률이 계속되면 현재 100만원의 가치는 25년 뒤에는 반 토막(48만원)이 된다. 주식·채권·펀드·변액보험·변액(투자형)연금과 같은 투자상품에 자산의 일정 부분을 묻어 두지 않으면 노후 대비가 어렵다. 물론 투자상품은 저축상품과 달리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대신 잘못하면 원금까지 까먹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노후 대비 자금을 투자상품에 넣어 운용하려면 투자자 스스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투자의 원칙과 투자상품의 내용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뿐 아니다. 가입 후 한두 해의 단기수익률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이달 초부터 투자형 보험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이 논란에 휩싸였다. ‘변액연금의 단기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낮다’는 소비자단체의 보고서에 해약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해약한 분들은 차제에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장기 투자상품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투자상품을 운용하는 회사의 장기 운용능력을 확인해 봤는지 등이다.

금융투자 상품을 고를 때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100% 원금 손실 위험이 없으면서 고수익을 내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많은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이 나와 있다. 이들을 잘 살펴보면 저마다 단서가 붙어 있다. 요즘 잘나가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보자. ‘주가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식의 단서조항이 있다. 하지만 많은 가입자는 이런 단서조항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어떤 경우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해부터 뜬 월지급식 펀드도 마찬가지다. 매월 일정률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에만 주목하다 보니, 그 펀드에 들어간 주식·채권 등 투자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면 원금을 쪼개가며 분배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르는 가입자가 상당수다.

이웃나라 일본을 보자. 월지급식 펀드의 규모가 펀드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연금처럼 매달 생활비를 받으려는 고령 세대가 많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온 앙케트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펀드가 원금손실 위험성이 없고 은행예금 금리처럼 매월 일정률의 분배금을 주는 상품으로 믿는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어떤 금융상품이 적합한지를 따지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가령 월지급식 펀드는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아야 하는 퇴직 생활자에게 알맞다. 반면 이제 목돈을 만들어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는 맞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종신형 즉시연금도 그렇다. 종신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넣어두고 죽을 때까지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일단 지급이 시작되면 해약이 불가능해 자녀에게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 그래서 사업자금이나 빚상환 자금을 꿔달라는 식의 ‘자녀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비중을 둔 비과세상품으로, 이제껏 연금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이들이나 고액자산가 중 세제 혜택을 받고 싶은 고령층에게 적합하다. 이미 노후 대비 연금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덜 어울리는 상품이다. 이런 경우는 여윳돈을 좀 더 수익성 높은 상품에 넣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금융상품 이름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가령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크게 다른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은 노후에 연금을 받기 위한 상품이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위험보장과 저축의 기능을 두루 갖췄다. 그런데도 두 상품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 채 가입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금융상품별 세금 제도도 다르다. 노후 대비 연금상품은 연금을 받을 때 과세되는 상품과 비과세되는 상품으로 갈린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퇴직연금·연금저축은 퇴직 후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매긴다. 연간 연금수령액이 6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연금소득세가 5.5%지만 6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해 일반 소득세율로 과세된다. 그 대신 이들 연금상품 가입 때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납입금 전액에 대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두 연금의 가입자불입금을 합산해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은 퇴직 전 소득이 퇴직 후 소득보다 많다. 따라서 소득이 많은 시기에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퇴직 후에 약간의 연금소득세를 내는 편이 유리하다. 반면 공무원연금 수령자이거나 퇴직 후 임대업으로 돈을 벌 생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연금 수령으로 소득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연금수령 시 비과세되는 연금상품을 택하는 것이 좋다. 즉시연금과 변액연금, 10년 이상 장기 저축성 보험 등 가입자가 받는 연금은 연금소득세와 이자소득세가 모두 비과세다. 대신 가입 시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

강창희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강창희(65) 1973년 증권거래소를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투신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 등을 거쳤다.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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