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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응원가 필수 … 마! 마! 뭐여! 뭐여! 야유는 선택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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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드디어 2012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시작됐다. 이날 롯데와 한화 간에 치러진 개막 경기를 보기 위해 3만 명에 가까운 야구팬이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야구장 나들이로 한껏 흥이 오른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힘찬 목소리로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송봉근 기자]

야구장은 재미있다. 복잡한 규칙 따위는 몰라도 된다. 그저 흘러간 유행가 열창하고, 상대팀에게 야유하고, 소리지르고 노래 부르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야구장에서 제대로 놀기 위한 비법을 공개한다.

글=홍지연 기자
인천·부산·잠실·대구 사진=신동연 선임기자·김민규·송봉근·김진경·이영목 기자

# 구단 응원가 총정리

구단 응원가는 역시 트로트다. 광주를 텃밭으로 하는 KIA의 응원가는 김수희가 부른 ‘남행열차’다. 노래 중간중간마다 ‘으싸라으싸’라는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운다. ‘사직 노래방’으로 통하는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를 찬양하는 메들리가 5분 남짓 울려 퍼진다. ‘부산 갈매기’를 시작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영화 ‘전송가(Battle Hymn)’ 주제곡 ‘배틀 힘 오브 더 리퍼블릭(Battle Hymn of the republic)’∼‘뱃노래’∼트위스티드 시스터(Twisted Sister)의 ‘위아 낫 고너 테이크 잇(We’re Not Gonna Take It)’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특히 3만 명이 ‘뱃노래’를 부르며 힘차게 노를 젓는 광경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가수가 직접 응원가를 불러준 팀도 있다. 크라잉넛은 넥센을 위해 ‘영웅출정가’를 작사·작곡했다. LG 대표 응원가는 패티 김의 ‘서울의 모정’을 편곡·개사한 노래다. 주영훈과 캔의 합작으로 재탄생했다. 한화는 트로트 가수 박상철로부터 ‘무조건’을 개사한 응원가를 받았고, 박현빈도 ‘빠라빠빠’를 개사해 불러 두산 팬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개사를 한다고 노래가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다. ‘그대’ ‘너’ 등을 팀 이름으로 바꾸고 ‘승리’ ‘최강’ 등의 단어를 넣어 최대한 간단하게 변형한다. 몇몇 구장은 개사한 노랫말을 전광판에 띄워준다. 우리 팀이 승리한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목청껏 따라 부르기만 하면 된다.

2012년 프로야구 개막전 풍경을 담기 위해 전국을 누빈 week&에 포착 된 각양각색의 야구팬들. 타이거 마스크맨(인천)부터 가수(부산), 시장님(부산), 귀여운 꼬마(부산), 묘령의 여성팬(대구), 깜찍한 아저씨팬(잠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아 반나절 신나게 즐기다 돌아간다.

# 선수 응원가도 있다

선수 응원가로는 1990년대 유행가가 주로 등장한다. 롯데 홍성흔의 응원가는 90년대 팝송 ‘왓츠 업(What’s Up)’을 개사했다. 후렴구 부분에 붙인 “홍성흔~ 홍성흔~ 파이팅 롯데 홍성흔~”이 응원가 전부다.

 두산의 ‘두목곰’ 김동주의 응원가는 동요다. 동요 ‘비행기’에 “동주 동주 김동주(헤이!) 김동주(헤이!) 김동주(헤이!) 동주 동주 김동주 홈런 김동주(홈런~!)”라는 가사를 붙여 아이들도 신나게 따라 한다. SK 정근우의 응원가는 SK 텔레콤 ‘생각대로 T’의 CM송, 일명 ‘되고 송’을 사용한다.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근우가 뛰면 도루가 되고~ 근우 나가면 꼭 점수가 되고 언제나 상대팀은 울상이 되고.”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응원가는 간단하면서도 강렬하다. 삼성 팬의 강력 추천으로 넥스트가 부른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주제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ka Save Us)’가 채택됐다. 웅장한 반주에 맞춰 ‘오승환 세이브 어스’를 외치는 삼성팬을 보면 뭐랄까 거룩함까지 느껴진다.

 기아 이용규의 응원가는 두 개다.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의 후렴구를 ‘타이거즈 날쌘돌이 기아의 이용규~’로 바꿔 반복해 부르는 것과 박현빈의 ‘샤방샤방’이 있다. “얼굴도 샤방샤방(이용규!) 몸매도 샤방샤방(이용규!) 모든 것이 샤방샤방(이용규!), 얼굴은 V라인(이용규!) 몸매는 S라인(이용규!) 아주 그냥 죽여줘요.”

# 야유도 응원이다

야유만큼 통쾌한 응원도 없다. 상대팀을 야유하는 소리는 대체로 짧고 굵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서다. 상대 투수가 1루 주자를 견제할 때 주로 야유가 터진다. 야유 응원을 처음 시작한 팀은 롯데다. ‘인마’의 부산 사투리인 ‘마’를 사용해 “마! 마! 마!”를 끊어서 딱 세 번 외친다.

 충청도가 기반인 한화는 “뭐여! 뭐여! 뭐여! 쪽팔린다 야!”, 대구가 홈인 삼성은 “말래(‘맞을래’의 대구 사투리) 말래 말래 고마해라 쫌”, 전라도의 기아는 “아야 아야 아야 날새겄다” 등 지역색이 드러나는 사투리를 적극 활용한다. LG의 야유 구호는 “떽! 떽! 떽! 앞으로 던져라!”이고, 두산은 아이유와 임슬옹이 부른 ‘잔소리’에서 “그만하자~ 그만하자~” 부분만 떼어내 계속 틀어댄다.

 침묵도 응원이다. 한화의 육성응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8회 말 갑자기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응원단장이 “열중 쉬어!”를 외치면 일제히 막대풍선을 내려놓고 뒷짐을 진다. 이 모든 상황이 침묵 속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갑자기 “최!강!한!화!”라는 절도 있는 외침이 터진다. 상대 응원단의 기를 누르는 데 효과적이다.

 두산에는 이른바 ‘남녀유별 응원’이 있다. 응원가를 남자 관중과 여자 관중이 한 소절씩 주고받으면서 부르기도 하고, 여자가 “안타”를 외치면 남자가 뒤이어 선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음역이 다른 외침이 번갈아 터져 반응이 크다.

# 응원 도구도 가지각색

롯데 팬만의 응원도구인 신문지와 쓰레기봉투는 이미 유명해서 딱히 소개할 필요가 없다. 신문지만 준비해 오면 되는데, 쓰레기 봉투는 7~8회쯤 응원단이 나눠주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면 쓰레기 봉투에 신문지를 비롯한 쓰레기를 넣어서 나온다.

 두산은 다양한 막대풍선을 사용한다. 기다란 막대풍선 말고도 마스코트 곰돌이 모양의 풍선, 유니폼처럼 생긴 풍선 등 깜찍한 풍선이 등장한다. 여성 팬은 곰돌이 머리띠를 하고 나오기도 한다. 좋아하는 선수 ‘저지’를 입고 머리띠를 두르고, 양손에 막대풍선을 들고 있으면 비로소 ‘야구장 응원 패션’이 완성된다. 막대풍선은 잠실구장 응원용품 매장이나 홈페이지(www.doosanbears.com)에서 살 수 있다.

젊은 여성팬이 롯데 황재균 선수를 응원하는 문구를 적은 수건을 펼쳐 보였다.

 독특한 복장으로 야구장 스타가 된 팬들도 있다. 2010년 시즌 ‘LG 오리갑(甲)’이 대표적이다. 오리 탈을 쓰고 거의 매일 잠실구장에 나타난 골수 LG팬을 보고 다른 LG팬들이 ‘LG 오리갑’이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한여름에도 털옷과 탈로 무장하고 응원을 펼친 공로로 ‘오리갑’은 시즌 마지막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영광을 누렸다.

 요즘엔 응원 피켓도 디지털 시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응원 피켓으로 활용하는 팬이 많다. 전광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간단하게 응원 피켓을 만들 수 있다.

닭강정·충무김밥·수제버거 … 야구장은 팔도 별미 장터

치킨과 맥주 왼손에 맥주, 오른손에는 닭다리.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치킨은 전국 8개 야구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특히 대구구장과 광주구장에서 잘 팔린다. 대구나 광주 모두 하루에 300~500마리는 거뜬히 나간단다. 야구장 안에서 직접 튀겨 주지만 가격도 1만8000원으로 비싸지 않다는 게 치킨 인기의 비결이다.

 치킨이 많이 팔릴수록 맥주 매출도 덩달아 올라간다.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하루 평균 팔린 맥주는 500㎖ 기준으로 약 1800잔이다. 한 잔에 3000원이었는데 올해는 가격이 500원 내렸다.

삼겹살 삼겹살을 먹으면서 야구를 즐길 수도 있다. 인천 문학구장에는 시합을 보면서 손수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국내 야구장 유일의 시설이 있다. 2009년 신설한 바비큐 존이다. 4인석(7만2000원)부터 8인석(14만4000원)까지 5종류가 있는데 매 경기 매진이다. 2주 전에 SK 홈페이지(www.sksports.net/Wyverns) 등에서 예약을 해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직구장에서는 “삼겹살 시키신 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운 삼겹살과 깻잎·고추·마늘·쌈장 등이 들어간 플라스틱 도시락(1만7000원·사진)이 좌석까지 배달된다. 도시락에 핫팩을 깔아서 두 시간 정도는 따끈하단다. 전화(010-9539-3982)로 주문할 수 있다.

지역 별미 SK 와이번스의 홈 구장인 인천 문학구장 4번 출입구 주위는 늘 혼잡하다. 인천 신포시장의 명물 닭강정 때문이다. 주인은 시합 날 아침마다 신포시장에 가서 닭강정을 사온다. 보통 닭강정은 순살로 만들지만 신포 닭강정은 뼈째 튀긴 다음 양념을 한다. 모양은 양념치킨 같지만 기름에 세 번 튀기고 청양고추를 넣어 만든 양념에 묻혀 매콤한 맛이 난다. 1박스 1만5000원.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충무김밥(사진)을 먹을 수 있다. 1루 관중석 뒤에 있는데 관중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아줌마들이 말아 준다. 나박김치와 오징어무침도 함께 준다. “주말 경기 때는 하루에 700~800개 정도 팔린다”는 것이 주인 허승현(44)씨의 설명이다. 1인 4000원.

 이 밖에 광주구장에서는 길이가 20cm나 되는 대형 소시지(2000원)를 먹을 수 있고, 대전구장에서는 떡볶이(3500원·사진)가 인기다. 잠실구장은 수제 삼각김밥(1600~2000원), 도넛(200~1300원) 등 다양한 분식이 특징이다. 목동구장에서는 수제 햄버거(버거·음료·나초 세트 1만원)를 맛볼 수 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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