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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퇴하겠다” … 지도부 “비대위 만든 후에” 만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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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한 뒤 참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 대표는 이날 비공식 최고위회의를 열어 당 지도부에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과 비슷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필요성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조직은 만들고 물러나야 한다. 대표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비대위 같은 기구를 만들어 권한을 넘기지 않고 그만둘 경우 인책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본격 확산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 대표는 최고위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13일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 내부에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세균(서울 종로) 상임고문은 12일 라디오방송에서 “민심을 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은 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했다. “통합을 이루고 나서 당의 체제를 갖추는 데 미흡했고, 특히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이슈를 갖고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킨 데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공천에도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도 했다.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자 당내의 시선은 노무현계로 향하는 분위기다. 그 핵심은 선거에서 살아온 이해찬(세종시)·정세균· 문재인(부산 사상) 상임고문 등이다. 이 가운데 이 고문은 야권 내에서 ‘선거와 당 운영의 디자이너’로 불린다. 그 외에 전해철(안산 상록갑)·박남춘(인천 남동갑)·박범계(대전 서을) 등 노무현계 당선자도 많다. 노무현계가 당권과 대선을 아우르는 권력개편의 핵이 될 거란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패배가 노무현계의 독주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 반작용으로 호남 역할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박지원(전남 목포) 최고위원은 이날 “호남은 민주통합당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통합 과정에서나 경선·공천 과정에서 한 세력이 독식해 이렇게 푸대접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이다. 조속히 당을 수습하고 대선 승리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내고야 말겠다”고 했다. 여기에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채 당선된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과 당내 486그룹도 당 역학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11 총선 다음 날인 이날 아침, 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으로 갔다.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고 적었다.

 석 달 전인 1월 16일 아침. 전날 밤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에서 1위에 오른 한 대표가 찾은 곳도 김 전 대통령 묘역이었다. 그는 방명록에 “2012년 승리의 역사를 쓰겠습니다”고 썼다. 그는 경선 때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관리형 리더를 뽑아 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야당에 우호적이던 여론을 확산시키기는커녕 심판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새누리당이 과반(152석)을 차지하면서 패장(敗將)이 되고 말았다.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사무총장은 12일 이른 아침 사퇴했다.

민주당 패배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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