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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꽉 맨 넥타이, 색소폰 연주 … 녹내장 두렵다면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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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고령화·당뇨병·흡연·고혈압·자외선·비만·서구식 식생활…. 선진국형 3대 실명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다. 실명질환은 망막이 망가져 발생하는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과 눈의 압력이 높아지는 녹내장 세 가지다. 대한안과학회 곽형우 이사장(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은 “개발도상국은 백내장과 감염에 의한 각막질환이 주요 실명 원인이지만 한국은 점차 선진국형 실명질환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 질환은 국내에서 최근 10년 간 최대 3배 증가했다. 13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안과학술대회(APAO)에서도 선진국형 실명질환을 집중 조명한다. 서서히 시력과 시야를 앗아가는 3대 실명질환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보자.

경희대병원 안과 곽형우 교수(왼쪽·대한안과학회 이사장)가 눈의 CT(컴퓨터단층촬영)로 불리는 OCT로 환자의 망막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망막에 쌓인 노폐물 변성이 실명 원인 1위

 

황반변성은 국내 노인 실명 원인 1위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의 중심부에 병이 생긴다. 이곳이 황반인데, 시(視)세포가 밀집돼 있다. 보는 기능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시작된다. 곽형우 이사장은 “눈에 빛이 들어오면 눈이 운동을 시작하고, 이때 생리적인 현상으로 노폐물이 생긴다”며 “나이가 들며 노폐물이 점차 망막에 쌓이고 변성이 생겨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혈관은 약해서 잘 터진다. 혈액과 삼출액이 쏟아져 나와 황반이 붓고 실명에 이른다. 곽 이사장은 “특히 자외선은 눈의 노폐물을 늘리는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직선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인다. 사물의 중심부에 까만 반점도 나타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이 일으키는 합병증 중 하나다.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허걸 교수는 “당뇨병을 15년 이상 앓으면 환자의 70~80%에서 나타난다. 국내 성인 실명 원인 1위”라고 말했다. 여성 환자가 남성의 2배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때문에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돼 발생한다. 허 교수는 “망막의 혈액 공급량이 줄고,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진다”며 “이 혈관이 출혈을 일으켜 망막을 손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시력이 나빠지는 병이 아니다.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양궁의 과녁을 생각하면 점차 가운데 부분만 보이게 된다.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실명을 앞두고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노인성 질환이지만 20, 3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녹내장은 눈 속의 압력(안압)이 높아져서 시신경과 주변 혈관을 압박해 발생한다. 눈의 정상 압력은 10~21㎜Hg다. 안압이 높아지면 70㎜Hg 이상 올라간다.

 안압은 순환해야 할 눈 속 액체(방수)가 잘 배출되지 않을 때 상승한다. 방수는 매일 만들어져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불순물을 걸러낸 후 눈 양쪽 바깥으로 배출된다. 방수가 많이 생성되거나 배출되는 길이 막히면 안압이 올라간다.

 서양인은 안압 상승에 의한 녹내장 환자가 많다. 하지만 국내 녹내장 환자의 원인은 조금 다르다.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는 “한국·일본 등 극동아시아인은 정상 안압인 녹내장 환자가 약 80%”라며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인종적인 차이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방수의 배출구가 일시에 막히면 급성녹내장이 나타난다. 72시간 내에 방수의 배출구를 뚫지 않으면 실명 위험이 커진다.

당뇨합병증으로 실명, 여성이 남성의 2배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다. 3대 실명질환으로 진단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지 않게 붙잡아두는 게 최선의 치료다. 정기검진과 조기 발견·치료가 강조되는 이유다.

 황반변성은 간단한 테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한쪽 눈을 가리고 바둑판이나 모눈종이처럼 가로선과 세로선이 교차하는(암슬러 격자) 사물을 30㎝ 떨어져 바라본다. 곽형우 이사장은 “선이 휘어 보이거나 검은 반점이 나타나면 황반변성을 의심한다”며 “5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금연, 비타민C 같은 항산화제 복용, 자외선 차단을 해야 한다.

 녹내장은 안압을 올리는 위험 요소를 줄여 예방한다. 박기호 교수는 “흡연·꽉 매는 넥타이·색소폰 등 관악기 연주·물구나무 자세·번지점프·과도한 다이어트 등은 안압을 높인다”고 말했다.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도 탈수증상을 일으켜 안압을 올린다. 박 교수는 “걷기·달리기·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혈액 순환을 도와 안압을 낮춘다”고 덧붙였다.

 당뇨망막병증이 있으면 시력이 점차 떨어지고, 초점이 안 맞아 뿌옇게 보인다. 가끔 눈이 부시고, 눈앞에 벌레가 떠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도 나타난다. 허걸 교수는 “당뇨병으로 진단 받으면 안과 진료도 함께 시작해야 당뇨망막병증이 실명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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