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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내성률 낮은 치료제 선택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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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칭룽 라이 교수는 “B형 간염은 바이러스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치료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다. 간의 대부분이 손상되거나 기능을 못 하게 되어서야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한국인에게 B형 간염은 간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간암 환자의 70%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치료하느냐다. B형 간염 치료는 마라톤에 비유된다. 실제 치료현장에서 바이러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치료결과가 달라진다. 지난달 27일 효과적인 만성B형 간염 치료법을 소개하기 위해 홍콩대학교 소화기내과 칭룽 라이 교수가 방한했다. 칭룽 교수는 B형 간염 치료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연구를 주도하는 등 이 분야에만 30년 이상 헌신해 왔다. 그에게 만성B형 간염의 위험성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B형 간염은 어떤 병인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무려 2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간세포를 파괴한다. 간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가해 결국 간을 망가뜨려 간경변과 간암으로 발전한다.”

 -B형 간염 환자의 75%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밀집해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간염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다. B형 간염은 언제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가 중요하다. 어린 시기에 감염될수록 만성화하기 쉽다. 신생아 때 감염됐다면 90% 이상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되지만, 성인의 만성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아기와 성인의 면역력 차이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B형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감염을 막기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해 90% 이상 예방이 가능해졌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주로 B형간염 바이러스가 늘어나지 않도록 막는 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간경변·간암 같은 합병증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준과 밀접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B형간염 치료제를 1년 이상 먹으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으로 치료된다.”

 -B형간염을 치료할 때 주의할 점은.

 “장기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 내성률이 낮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바이러스가 그 약에 내성이 있다면 더 이상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약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게 한계다. 한번 약물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에도 쉽게 내성을 보인다. 약을 선택할 때 약효·안전성·내성발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치료 환경에서도 약물 유효성을 검증한 약이 있다던데.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에서 약효를 확인하는 임상시험과 달리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간경변으로 진행된 B형 간염 환자 같이 여러 유형의 환자가 치료받는다. 임상시험으로 알려진 치료성적과 현장에서 느끼는 약효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료 환경에서 약물 유효성을 평가한 약(바라크루드)도 있다. 홍콩에서 만성 B형 간염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5년간 평가한 결과 환자의 98.9%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됐다. 5년간 누적 내성 발현율은 0.6%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유전자 타입이 같아 의미가 크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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