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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한식=건강식, 우리가 연구 안하면 누가 알아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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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박태균 기자

한식 vs 지중해식. 둘 다 건강에 이로운 웰빙식(食)이지만 전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세로 순위를 매기면 지중해식이 한식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 2010년 유네스코(UNESCO)는 지중해식을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모로코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월터 윌레트 교수는 “신선한 채소·과일과 콩류는 충분히 먹되 올리브유·생선·닭고기·와인 은 적당량, 치즈·우유 등 유제품은 소량, 육류는 가급적 적게, 계란은 주 4개 이하 섭취하는 것”으로 지중해식을 규정했다. 이 같은 식단을 통해 총 열량의 25~35%를 지방에서, 8% 미만을 포화지방(주로 동물성 지방이며 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에서 얻는 것이 지중해식 특징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중해식은 1960년대 이탈리아 남부·크레타·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전통 음식이다. 지중해식이 건강·수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밝힌 연구들은 오만가지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팀이 12만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지중해식을 즐기면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면 남성은 평균 8.5년, 여성은 15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임상영양학지’ 2011년).

 지중해식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도 지난해 1월 ‘미국임상영양학지’에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 미국 학자들은 65세 이상 미국인 40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엔 지중해식, 다른 그룹엔 미국식 식사를 제공하고는 3년마다 단어 암기력, 기본적인 수학능력 등을 검사해 인지능력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지중해식을 즐기는 것이 인지능력 저하나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돼 있다”며 “채소·올리브유·생선·와인이 정신건강을 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 피렌체대 연구팀은 지중해식 관련 논문 12편을 모아 분석했다. 지중해식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숨질 위험은 9%, 모든 종류의 암 발병률은 6%,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신경질환 발병률은 13%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지중해식이 2형(성인형) 당뇨병, 어린이 천식 등 다양한 질환 예방에 유익하다는 연구논문이 줄을 잇고 있다.

 한식은 지중해식과 닮은 점이 많다. 채소·콩류·생선을 즐기는 점이 그렇다. 막걸리·소주(한식)와 와인(지중해식)으로 주종(酒種)은 갈리지만 술을 적당량 마시는 점이 공통된다. 심지어 최근 자국(自國)에선 서구식 식단에 밀려 약간 홀대받고 있다는 점도 엇비슷하다.

 한식이 지중해식보다 건강에 더 이롭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대목도 여럿 있다. 김치·된장 등 발효식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미역·다시마·김 등 해조류가 밥상에 오른다는 것이 우선 꼽힌다. 게다가 고기는 주로 삶거나 익혀 먹으며, 생선은 찜·찌개·조림·회로 섭취하는 것도 한식을 돋보이게 한다(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

 기자는 한식이 지중해식을 누르고 ‘음식 한류’를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한식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믿는다. 지중해식보다 한식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리려면 관련 연구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하는 관련 웹사이트에서 한식(Korean diet)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3건, 지중해식(Mediterranean diet)을 치면 1621건이 나온다. 이 격차가 좁혀져야 한식이 지중해식을 대신해 세계의 건강식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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