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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억 유치 받은 카카오톡, 배고픈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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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카카오가 최근 920억원 자금을 새로 유치했다.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텐센트가 720억원(360만 주, 지분율 12.38%), 국내 온라인 게임사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200억원(100만 주, 3.44%)을 투자했다. 카카오톡 운영 회사인 카카오의 이석우(46) 대표는 6일 “두 회사는 카카오의 미래 성장 가치에 주목해 투자 결정을 했다”며 “이번 자금 유치로 당분간은 수익 걱정은 하지 않고 모바일 플랫폼 사업과 모바일 게임 사업 등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넉넉한 자금에 44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카카오는 고민이 깊다. 웃자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카카오는 지난해 152억5900만원(매출 17억9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0년에도 40억5100만원(매출 34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카카오뿐 아니라 대형 포털업체를 우군으로 두고 있는 라인(NHN·가입자 2500만 명)이나 마이피플(다음·가입자 1800만 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유료 문자(SMS)에 화난 소비자들을 같은 편으로 삼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수익화에는 연결시키지 못한 ‘반쪽 성공’에 그친 셈이다.

 ◆회원수 증가의 두 얼굴=카카오를 비롯한 SNS업체들에 회원수는 힘이자 부담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서버 증설 같은 데 드는 비용도 따라서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카카오톡의 경우 일일 전송 메시지 건수가 올 2월 하루 12억 건을 넘겼다.

 커진 덩치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정보기술(IT) 창업자들은 대개 대기업에 피인수 또는 합병되면서 창업에 들어간 각종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 투자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신규상장(IPO)을 통한 자금 회수가 더 활성화돼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유치에서 드러난 카카오의 시장가치가 5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새로 유치한 투자금액(920억원)과 취득지분의 비율(15.824%)을 감안한 수치다. 현재 카카오의 최대 주주는 전체 지분의 31.1%를 갖고 있는 ㈜카카오의 김범수(46) 이사회 의장이다.

 투자금 유치 성공은 카카오의 실력이 밑받침이 됐다. 실제 카카오 측이 당초 내놓은 회원수 증가 목표치는 차곡차곡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모바일 블로그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도 일주일 만에 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카카오가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SK플래닛이 최근 인수한 모바일메신저 ‘틱톡’(회원수 900만)은 150억~200억원 선에서 인수가가 결정됐다. 익명을 원한 IT업계 관계자는 “무료 메시지 선발업체라는 상징성에 4000만 명이 넘는 회원수를 감안하면 카카오톡의 가치는 틱톡보다 최소 4~5배 이상은 되겠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IT 기업도 수익성 논란=미국 증시에서도 SNS를 비롯한 신생 IT업체들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상장했던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이 대표적이다. 그루폰의 주가는 불과 5개월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5일(현지시간) 종가는 14.17달러로 지난해 11월 초 상장 직후 최고가였던 31.1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IPO공모가(20달러)에도 밑도는 수준이다. 그루폰의 추락은 급속도로 커진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미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만 1억4650만 달러(약 17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5월 미국 SNS 기업 최초로 뉴욕 나스닥에 상장한 링크드인과 소셜게임업체인 징가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장 첫날 주당 94.25달러에 거래되던 링크드인은 지난해 11월엔 주가가 주당 63.08달러까지 빠졌다. 최근에는 주당 98~99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오는 5월 상장을 앞둔 페이스북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8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SNS업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페이스북이 검색엔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검색엔진 개발은 5월로 예정된 IPO를 앞두고 수익성을 높일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치열해지는 경쟁=카카오는 이달부터 게임센터를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게임센터는 여러 게임사의 게임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며 “게임센터를 통해 발생하는 유료 아이템 판매 매출 등을 해당 게임 업체와 카카오가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센터는 카카오가 가장 최근 내놓은 수익모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부터 개별 가입자에게 기업이나 연예인 관련 콘텐트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n 플러스 친구’와 ‘n 이모티콘’ 등을 운영해 왔지만 이렇다 할 수익은 내지 못했다.

 SNS업계 내부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 측은 “올 4월 안에 라인 이용자가 3000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외에도 향후 블랙베리나 윈도 등 다양한 운영체제(OS)에서도 라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사용층을 더 다양화할 계획이다. 다음은 마이피플을 통해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구독할 수 있는 ‘채널’ 서비스를 시험 운영 중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당분간은 제대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이용자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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