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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분기 펀드 평가] 펀드매니저 1년에 700번 기업 탐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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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년 수익률 5위, 2년은 1위, 3년과 5년은 각각 2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성적이다. 40개 운용사 가운데서 거둔 성과다. 2007년 설립 이래 수익률 상위권을 지켜왔다. 국내 운용업계 ‘입학’ 후 줄곧 ‘모범생’이었던 셈이다. 모범생은 친구에게 인기가 없는 법일까. 기관 자금을 포함하면 운용액이 1조2000억원이지만, 공모 펀드 설정액은 2000억원에 그친다. 2007년 브릭스 펀드로 10조원을 모은 슈로더자산운용, 지난해 압축 펀드(20개 내외 종목에 압축 투자하는 자문형랩 스타일 펀드)로 1조5000억원을 불린 JP모간자산운용 등 다른 외국계 운용사와 비교된다.

 임태섭(49·사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로서는 억울할 만도 했다. 성과는 좋은데 돈은 안 들어오고 있으니…. 그러나 느긋하다. 그는 “이 정도면 실력을 충분히 입증해 보인 셈”이라고 말한다. 1분기 펀드 평가 결과를 들고 6일 그를 만났다.

 -3년(110%), 5년(96%) 등 장기 수익률이 좋다(같은 기간 운용사 평균은 각각 64%, 50%). 비결이 뭔가.

 “1등이 아니라 올해도 10등, 내년에도 10등 안에 들겠다는 게 운용 목표다. 장기로 보면 한 해 반짝하는 것보다 낫다.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주관과 소신을 지킨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가 강했다. 석유화학 업종이 과열권에 접어들었다는 걸 대부분 운용사가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그쪽 비중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 업종을 안 들고 있으면 당장 수익률이 처지니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지만 우리는 과감히 차·화·정 비중을 줄이고 소비재를 늘렸다.”

 -그런데 올 1분기만 보면 부진하다(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1분기 8.24%의 수익률로 평균(8.69%)에 못 미친다).

 “1월부터 랠리가 시작됐다. 전 세계에 돈이 풀리면서 경기에 민감한 주식이 많이 올랐다. 우리가 편입한 종목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했다. 그런데 최근엔 추세가 또 바뀌는 분위기 아니냐. 최고투자책임자(CIO)를 포함해 6명의 매니저로 구성된 주식운용팀의 평균 경력이 17년이 넘는다. 막내가 10년차다. 다른 운용사에선 팀장도 할 경력이다. 다들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겪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기 수익률이 너무 좋으면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연락이 온다.”

 -성과가 좋은데 뭐가 문제냐.

 “수익률이 좋다는 걸 다른 측면에서 보면 위험도 크다는 의미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다. 수익률이 독보적인 경우, 나중에 항상 탈이 났다. 그해 1등 한 펀드가 이듬해 꼴찌로 추락하는 걸 많이 보지 않았나.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왜 성과가 좋으냐’를 따져 묻고, 투자 비중이 과하다 싶으면 어떤 종목은 줄이라고도 한다. 리스크 관리는 장기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펀드 포트폴리오(올 초 기준)를 보니 생소한 코스닥 종목(와이지-원·JCE 등)도 보인다.

 “주식형 펀드이다 보니 벤치마크(코스피지수)는 따라가야 한다. 펀드 자산의 절반은 인덱스(지수)를 좇는 종목으로 채운다. 나머지는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종목을 발굴한다. 매니저가 1년에 탐방만 700번 넘게 다닌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점이다. 예를 들어, 2년 전 포스켐텍을 발굴해 100% 넘는 수익을 낸 경우가 그렇다. 매니저들이 일본 애널리스트와 회의하다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에서 닛폰스틸 계열의 화학회사 주가가 급등했다는 얘기였다. 포스코 관련 화학회사를 찾았더니 포스켐텍이 나왔다.”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은 투자자가 과거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다. 시장이 과열되고 나서야 투자를 시작한다. 비싸게 사고선 손실을 못 견디고 팔아버린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기는 어렵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시간과 자산을 모두 분산해야 한다. 한 번에 사지 말고 나눠 사고, 주식뿐 아니라 채권·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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