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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앞으로 투자 화두는 ‘신흥국 중산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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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최근 몇 년간 투자자는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방향성을 상실한 채 향후 투자에 대한 우려만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나타난 투자자의 특징은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수익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이익을 실현하기를 원하며, 예상 수익이 낮다 하더라도 확정된 수익을 제공해준다는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즉각적인 이익실현과 단기적인 투자 접근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기 어렵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감내하면서도 본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테마의 발견이다.

 피델리티는 미래의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꼽는다.

전 세계 인구는 최근 70억 명을 넘어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희소한 자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인구 증가는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있어 세부적으로 주목해야 할 테마는 글로벌 인구 증가, 신흥국의 중산층 증가, 소비 패턴의 변화, 인구 고령화 등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인구 수의 증가는 곧 전 세계 인구의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에너지·식료품과 같은 한정된 자원에 대한 수요가 늘면 주요 자원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 이치다. 세계은행은 특히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소득 증가와 식습관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점차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와 유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고기와 유제품의 공급을 위해서는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의 주성분인 곡물에 대한 수요 증가가 야기되고, 이에 따라 곡식을 키워내기 위한 비료 사업의 수혜를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식료품 인플레이션 시 비료 생산업체의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주목해보자.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000년 4억3000만 명에서 2030년 12억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특히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서 중산층 인구가 새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이와 관련해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중산층의 93%가 신흥국가에 거주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신흥국 중산층의 소비 증가야말로 향후 20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투자 테마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산층의 성장으로 이들의 생활 수준과 구매력이 높아지면 생필품에서부터 자동차·금융·통신·명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이 성장하고 그에 따른 투자 기회를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113억 유로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수익의 상당 부분이 신흥국 시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으로,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 한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이 중국과 같은 신흥 시장 진출에 열의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인구 고령화 현상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테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의 인구 고령화 현상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1950년 이후 노년층의 인구는 3배 증가했고, 2050년까지 3배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많은 국가가 연금·복지 등의 문제로 고민이 있지만 이는 투자에 있어 더없이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의약품·보청기 등으로 대표되는 헬스케어 분야다. 인구 고령화는 또한 은퇴 이후의 여가 생활을 위한 크루즈 산업과 요양원 등 실버 산업, 나아가 로봇 산업의 성장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같은 근본적인 투자 테마의 발견은 식품, 소비재, 헬스케어 등 광범위한 분야의 성장을 촉진하며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투자 기회는 만들기 나름이다. ‘반짝’ ‘쏠림’ 투자의 유행을 좇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안목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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