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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좋은데 5조원 탈출 … 버림받는 주식형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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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수익률이 좋으면 뭘 합니까. 돈이 모여야지…좋은 펀드인데 투자자가 왜 돈을 빼는 걸까요.”

 요즘 수익률 최상위권에 드는 A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긴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였다. 원금만 까먹지 않으면 잘한 축에 들었다. 펀드에서 돈이 나가도 할 말이 없었다. 올해는 다르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급등했다. 코스피지수가 3개월간 10% 올랐다.

 8일 2012년 1분기 중앙일보 펀드평가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8%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성과와 상관없이 주식형 펀드는 자꾸 쪼그라든다. 주식형 펀드의 굴욕이다. 석 달간 5조원 이 주식형 펀드를 등졌다. 생활비가 필요해서 깨고, 원금이 회복됐으니 깨고, 수익이 났으니 깨고… 펀드에서 돈을 빼는 이유도 갖가지다. 이 돈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으로 흘러갔다.

 수익률에서는 주식형 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에 굴욕을 당했다. 단순 3개월 수익률로만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세우면 10위 안에 든 주식형 펀드는 ‘KB중소형주 포커스’ 한 개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ETF다. ‘KB중소형주포커스’가 그나마 10위에 들 수 있었던 것도 지난해 말 설정된 영향이 크다. 다만 ETF와 주식형 펀드를 특정 기간의 단순 수익률로 맞비교하기는 어렵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오르는 업종은 계속 바뀌고, ETF는 특정 업종이나 지수를 따라가게 돼 있으므로 어느 기간을 끊어 비교해도 ETF 수익률이 항상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KODEX자동차’의 1분기 수익률 순위는 411개 펀드 중 401등, 꼴찌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ETF는 지난해 최고 스타였다. 금·부동산·채권·해외주식 등 모든 자산을 제치고 수익률 1위를 차지했었다. 지난해 자동차 업종 주가가 워낙 올랐던 것이다. 특정 기간 ETF 수익률이 높았다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도 주요 투자자산 가운데 지난 5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준 상품은 단연 국내 주식형 펀드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 주식형 펀드 순자산 10억원 이상, 2167개 공모형 주식형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53.5%다. 중간 성적의 펀드에 투자했어도 연평균 10% 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정복기 씨티은행 본부장은 “저금리 추세가 단기에 끝날 가능성이 작고, 부동산 역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적립식 펀드만 한 투자상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1분기 펀드평가 결과 특정 스타일 펀드가 독주하는 대신 다양한 펀드가 두루 빛을 발했다. 개별 펀드로는 주가지수를 좇는 인덱스 펀드가 성과가 좋았다. 1년 수익률로 보면 중소형주 또는 가치주 펀드 성과가 탁월했다. 지난해 쌓아놓은 수익이 여전히 영향을 미쳤다. ‘동부파워초이스 1(주식)ClassA’가 연수익률 13%를 기록했다. 반면 주가 상승기에 부동산형(-4%)·채권형(0.6%) 펀드 수익률은 부진했다.

가치주펀드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시장 흐름을 쫓아가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와 정반대다. 가치투자자는 ‘올해 주식시장이 상승할까’와 같은 예측은 하지 않는다. 대신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중에서 주가가 낮은 종목을 찾는 데 열중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KB밸류포커스’ ‘한국밸류10년투자’ 등이 수익률 좋고 이름도 널리 알려진 가치주펀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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