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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서 만난다, 두 색깔의 쇼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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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홍천은 “2010년 쇼팽 페스티벌 주제어는 짤리(zal)였다. 폴란드 말인데 그게 한국말로 ‘한’”이라고 했다(사진 왼쪽).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0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한 후 첫 내한 공연을 갖는 잉골프 분더. 쇼팽을 우아하고 침착하게 연주하는 아티스트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2010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오른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27). 2011년 독일 바이에른주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윤홍천(30). 이 둘이 10~1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쇼팽을 연주한다.

 분더는 10~11일, 윤씨는 12일 관객과 만난다. 스위스 자택에 머물고 있는 분더는 전화로, 윤씨는 직접 만나 쇼팽에 대해 물었다. 둘은 쇼팽에 대한 해석도, 좋아하는 연주자도 모두 달랐다.

 먼저 가장 좋아하는 쇼팽 연주자에 대해서 들었다. 분더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에 가장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1810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쇼팽은 스무 살에 파리로 건너갔다. 우연인지 몰라도 루빈스타인은 폴란드 출생이고, 코르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루빈스타인의 쇼팽 연주에는 리듬감이 넘치고, 코르토는 화려한 터치를 보여준다.

 4살 무렵 바이올린을 시작한 분더는 14살 때 피아노로 전향했다. “선생님이 피아노에 훨씬 더 재능이 많은 것 같아서 전향했지만 콩쿠르에 떨어질 때마다 다른 일을 할까 고민도 했다”고 했다. 반면 윤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재능을 보였다. “피아노 학원에 간 첫 날 선생님이 쳐보라고 해서 바이엘 한 권을 그날 다 연주했다. 체르니를 거쳐서 만난 곡이 쇼팽의 즉흥환상곡이었다”고 했다.

 - 쇼팽의 매력은 뭔가.

 “쇼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음악이다.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석은 어렵다. 섬세한 선율 안에 담긴 즉흥적인 흐름 등 곱씹어야 할 부분이 많다. 피아노를 시작하고 초창기에는 주로 리스트를 연주했는데 쇼팽은 리스트보다 깊은 작곡가인 것 같다.” (잉골프 분더)

 “쇼팽은 양과 음이 함께 공존하는 음악가다. 베토벤 음악에는 양이 많다. ‘내가 이걸 해내리라’라는 느낌이 있다. 모차르트는 그 반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쇼팽은 그 중간이다. 그의 짧은 곡 중에는 음악 중간에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는 곡도 있다.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바뀌는 극적인 순간을 2분이라는 짧은 곡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쇼팽의 매력이다.” (윤홍천)

 두 연주자는 꾸준히 쇼팽을 천착해왔다. 분더는 지난해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표한 ‘쇼팽 리사이틀’ 앨범에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등을 담았다. 윤씨는 2010년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쇼팽 리사이틀만 20번 넘게 열었다.

 이번 공연에서 분더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를 선보인다. 윤씨는 쇼팽의 녹턴 제1번, 발라드 4번,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무대에 올린다. 두 연주자의 서로 다른 쇼팽을 즐길 수 있다. 02-399-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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