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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막말 … 진보 vs 보수 아닌 정상 vs 비정상의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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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류정화
정치부문 기자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은 지난 5일. 그를 만나기 위해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선거운동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뜸 “중앙일보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후보가 막말을 한 이유를 기사에 적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하자 그는 “길게 얘기하기 싫으니 나가 달라”며 기자를 문 밖 계단으로 떠밀어냈다.

 6일엔 아예 사무실 앞에 출입금지 언론사 명단을 붙였다. 중앙·조선·동아일보와 KBS·MBC·SBS, 한겨레·경향신문 등 자신의 기사를 다룬 언론사들이었다. 지난 4일 오전, 막말 파문이 불거지자 김 후보는 블로그에 사과 발언과 동영상을 올렸다. “지난 과거를 반성하면서 모두 짊어지고 갚으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선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선 “이번 선거는 조중동, 새누리당이 심판하는 선거 아닙니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습니다”라고 했다. ‘조중동’, 보수언론 탓을 한 거다. 정권에 대한 안티 세력을 모아 ‘프레임 싸움’으로 반전시켜 국면을 벗어나 보려는 시도다.

 과연 그의 발언을 비판하면 보수, 아니 ‘수구 꼴통’인가.

 “유영철(연쇄살인범)을 풀어 라이스는 아예 강간해 죽이는 거다” “미사일을 날려 자유의 여신상 XX에 꽂히도록 해야 한다 ….”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겐 폭력이나 린치를 가해도 된다는 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말이다. 이런 표현에 진보냐, 보수냐를 따질 여지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런 말을 아무렇게나 해대는 사람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따져야 할 문제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의 발언 수위가 정상적 인격체에서 나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기에 대한민국이 다 시끄러운 거다.

 “(노인네들이) 시청 앞에 오지 못하도록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없애자”는 발언은 또 어떤가. 여성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김용민 막말의 피해자들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은 약자건 뭐건 무자비하게 짓밟아도 된다는 그의 태도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기본적으론 김 후보 개인의 품성과 인권의식이 문제다.

 그는 후보 사퇴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큰 싸움’이란 말을 쓴다. 그의 선거 사무소 앞 플래카드도 “큰 싸움 하러 갑니다”로 돼 있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기존 언론과의 싸움을 지칭하는 듯하다. 그가 나꼼수 팬들의 지지를 방패 삼아 ‘큰 싸움’을 명분으로 뒤로 숨어버린 지금, 그의 생각이나 인권의식이 막말을 내뱉던 8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유권자는 알지 못한다.

 그와 함께 나꼼수를 진행해 온 김어준씨는 8일 서울시청 앞에서 팬 미팅을 열고 “(보수 언론이) 김용민 뒤에 가카(이명박 대통령을 폄하한 말)를 숨기려고 해서 (김용민이) 피투성이가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을 언론이 쟁점화해 현 정부의 잘못을 가리려 한다는 뜻이다. 김용민 뒤에 가카를 숨기려 했다고? 오히려 그의 낮은 인격과 인권의식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 뒤로 숨긴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유의할 게 있다. 인격파탄성 막말을 내뱉어도, 사회적 약자를 짓밟아도, 마냥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팬들이 적잖다. 여기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 양극화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이를 속 시원히 긁어주지 못한 기존 언론에 대한 실망이 반영돼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김용민 막말과는 별도로 경청하고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류정화 정치부문 기자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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