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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에 빠진 태양광 사업 … 먹구름 벗을 날 머잖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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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Q : 지난해 8월 30만원대에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 주식 300주를 샀습니다. 넉 달 전 65만원을 돌파했던 주가가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급락했다고 판단하고 투자한 것입니다. 사실 제가 전에 OCI로 재미 좀 봤습니다. 2010년 11월 초 33만원을 주고 100주를 샀는데 이후 주가가 급등해 6개월 만에 50만원에 팔고 나왔습니다. 대박이었죠. 그때 기억 때문인지 30만원도 싸다고 느껴져 투자한 것입니다. 그런데 매수 이후 주가가 계속 내려가더군요. 지난해 10월엔 20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주가는 22만원 근처네요.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성장성을 믿고 기다려 볼까요.

중립

공급 과잉 … 고비 넘기면 승자독식 예감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투자 기간이 짧다면 파세요. OCI는 규모와 품질, 원가 경쟁력 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폴리실리콘 기업입니다. 길게 보면 반드시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올해 상황만 놓고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폴리실리콘 산업은 이미 기업 간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에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산업 사이클과 실적이 동시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섣불리 주가의 바닥이 어디인지조차 논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일시적으로 반등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에 다시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당 28.6달러로 바닥을 찍었던 폴리실리콘 평균 가격이 올 3월 초 31.7달러까지 올랐는데, 이후 다시 2주 연속 급락해 지난달 21일에는 26.7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른 건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6.5기가와트의 태양광 설치 수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간에는 ‘다 죽자’는 식의 경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순도·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설비만으로도 공급 과잉이 심각합니다. 이들 업체의 생산설비 증설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당 80달러 선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3분의 1인 2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바닥 밑에 지하 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OCI는 반드시 보유해야 할 기업입니다. 세 가지 이유를 얘기하겠습니다. 첫째, 경쟁이 심화하면서 폴리실리콘 산업 사이클은 내리막을 걷겠지만 OCI 실적은 올해를 바닥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증설을 통한 물량 증가, 원가 절감 및 규모의 경제에 따른 고정비 절감 효과를 통해서입니다. 둘째, 태양광 발전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투자를 주저하던 민간기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가 고공 행진하고 원자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태양광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OCI의 경쟁력과 증설입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품질,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증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증설을 통해 규모가 커지면 OCI의 원가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은 점점 더 커집니다. OCI는 향후 빠르게 성장할 태양광 산업에서 승자독식의 지위를 누릴 것입니다.

매각

유럽 위기가 발목, 30만원 되면 일단 털자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

주가가 반등할 때를 노려 일단 파세요. OCI는 최근 1년간 주가 부침이 매우 컸던 종목입니다. 투자자들에게 희망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준 대표 종목 중 하나죠. 지난해 OCI 주가는 연초 30만원 초반에서 일본 원전사고 등을 겪으며 빠르게 상승해 4월엔 60만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서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20만원 밑으로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올 들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시각이 대두되면서 30만원 대까지 기술적 반등을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가가 오르기엔 탄력이 약해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전략을 권합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태양광 수요에 당분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큰 폭으로 보조금을 축소했고, 다른 주변국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다시 많이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 측면도 좋지 않습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면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는 중국 업체가 여럿 있어서 수급 호전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해 30만원 선을 돌파한다면 한번 팔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길게 본다면, 다시 말해 오래 묻어두고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이라면 OCI를 사야 합니다. OCI가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의 원가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고효율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기존 천연자원의 고갈 이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환경 규제 등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을 합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태양광 시장에서 더욱 유리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유럽의 태양광 설치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미국·일본·동남아 등의 설치량이 증가하며 태양광 시장의 중심축이 기존 유럽에서 아시아·미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산업의 구조조정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영향이 하반기 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난다면 주가 상승 시기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보유

올 하반기 태양광 수요 늘어날 가능성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보유’입니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그 핵심 부품인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OCI는 장기투자를 할 만한 기업입니다.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설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교토의정서가 발표된 1997년 전 세계시장 규모는 126㎿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면서 정부 지원이 늘고, 태양광 제품의 가격 하락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매년 평균 약 5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시장 규모는 1997년보다 약 220배 커진 2만7625㎿입니다. 친환경에너지 중에는 풍력에너지 다음으로 신규 설치량이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주가 흐름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변동성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태양광 산업은 2008년 이후 두 차례 하강기를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하강기는 2008년 말 리먼 사태 이후 나타난 글로벌 경기침체, 독일의 보조금 삭감으로 인한 수요 위축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하강기는 지난해 2분기부터였습니다. 유럽발 경기침체와 이탈리아의 보조금 삭감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공급이 넘쳐난 게 이유였습니다. 지금 시점은 두 번째 하강 국면의 8부 능선을 넘은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언제 태양광 시장이 회복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태양광 제품 가격 반등이 신호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과잉 설비를 넘어서는 수요가 생겨야 합니다.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의 수요를 이끈 곳이 유럽이었다면 이젠 그 바통을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지역과 미국이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유럽보다 많아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 태양광 제품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내수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원전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일본 역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입니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는 주가 늘면서 태양광 기기 설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수요 증가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 그때가 태양광 경기 회복 시기로 판단됩니다. 올해 하반기가 바로 그때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 즈음이 되면 OCI 같은 태양광 기업의 주가도 상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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