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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4.28% 1위, ING생명 0.22%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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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회사원 이모(34·여)씨는 2010년 집 근처 SC제일은행에서 교보생명의 ‘교보퍼스트100세시대변액연금보험’을 가입했다. 노후 대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은행원 설명에 별 고민 없이 10년 만기로 들었다. 이후 월 30만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가 어디에 얼마나 운용되고 있는지, 현재 수익률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그는 “워낙 장기 상품인 데다 은행 예금보다는 낫겠거니 싶어서 잘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노후 준비를 위해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2010년 말 현재 247만 명에 달한다. 2010년 한 해 보험료만 10조원이 넘었다. 그런데 변액연금보험은 가입자의 노후를 책임질 만한 수익률을 올리고는 있는 걸까. 4일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변액연금보험 비교정보에 따르면 이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조사 대상 22개 생명보험사의 60개 변액연금보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06%에 그쳤다. 40세 남성이 같은 보험료로 가입했다고 가정해서 산출한 ‘실효 수익률’로 계산한 결과다. 최근 10년(2002~2011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3.19%)을 넘어서는 상품은 6개에 불과했다. 대부분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이다.

 상품별 수익률 차이도 컸다. 1위는 연평균 실효수익률이 4.28%인 교보생명 ‘교보퍼스트우리아이변액연금보험’이 차지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이다. 사업비(9.3%)가 비교적 낮으면서 투자수익률에서 우수한 실적을 냈다. 은행이 아닌 설계사가 판매하는 상품 중 1위도 교보생명의 ‘교보우리아이변액연금보험’(4.06%)이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며 투자했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냈다”고 자평했다.

 가장 낮은 수익률은 ING생명의 ‘스마트업인베스트변액연금보험’으로 연 평균 실효수익률이 0.22%에 그쳤다. 간신히 원금을 지키는 수준이다. 변액연금보험은 운용 실적에 따라 적립금이 달라진다. 똑같이 20만원씩 10년간 총 2400만원을 냈을 때 ‘교보우리아이변액연금보험’은 적립금이 3375만원으로 불어나지만 ‘스마트업인베스트변액연금보험’은 2454만원에 머문다. 연금액(10년 확정연금 기준)도 교보생명 상품은 연 408만원, ING상품은 연 296만원으로 38% 차이가 난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건 ‘비용이 쌀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공식이 깨졌다는 점이다. 보통 사업비나 위험보험료를 적게 떼면 더 많은 보험료가 펀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기 마련이다. 하지만 ING생명의 ‘스마트업인베스트변액연금보험’은 비용(사업비+위험보험료)이 전체 상품 중 둘째로 낮았는데도 수익률은 꼴찌였다. 반면 PCA생명의 ‘PCA 퓨처솔루션변액연금보험’은 전체 상품 중 비용이 가장 비쌌지만 실효수익률은 6위를 차지했다. 보험료에서 떼는 비용보다는 펀드 운용 실적이 수익률에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소연 조연행 부회장은 “회사별·상품별 펀드운용 수익률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가 수시로 공시되는 자료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기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의 성적표가 공개되자 생명보험 업계는 불편한 기색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이날 낸 반박 자료에서 “상품마다 운용기간이 다른데, 무조건 연환산 수익률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최하위에 오른 ING생명 관계자도 “해당 상품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4월 설정됐다”며 “그 뒤에 나온 상품과 비교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한국형 컨슈머리포트’ 2탄이다. 조사 결과는 공정위의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www.smartconsumer.go.kr)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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