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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증거인멸 지시 이영호·최종석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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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왼쪽)과 최종석 전 행정관이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3일 청와대 이영호(48) 전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42) 전 행정관을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 교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7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장진수(39)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옛 주사) 등에게 점검 1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파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엔 2008~2010년 점검1팀이 불법사찰을 통해 축적한 자료가 들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위현석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두 사람이 점검1팀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며 그와 관련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내가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시인했던 이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련자들이 구속됨에 따라 앞으로 이들로부터 사찰 내용을 보고받거나 사찰하라고 지시한 ‘윗선’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이날 구속된 이영호 전 비서관이 2008~2010년 당시 진경락(45)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통해 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움직였다는 관련자 증언도 나왔다.

 총리실 소속 사찰팀에 근무했던 A씨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하자 이 비서관이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일하던 측근 진씨를 총리실 기획총괄과장으로 보내 업무를 하달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장·차관과 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업무평가 및 인사검증 등으로 거의 매일 회의를 했 다”고 덧붙였다.

 이 전 비서관이 김충곤(56) 당시 지원관실 점검1팀장에게도 직접 자료를 건네주며 사찰을 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최근 검찰에서 “2010년 6월 김 팀장이 ‘김종익(KB한마음 대표)은 나쁜 놈이다. EB가 김종익에 대한 정보를 몇 개 더 준다고 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했다. EB는 이영호 전 비서관을 지칭하는 용어다.

 검찰은 또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류충렬(56) 전 공직복무관리관에게서 받은 5000만원이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5만원권 ‘관봉(官封·신권 100장씩 10다발을 비닐로 압축포장한 것)’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십시일반 모은 돈”이라는 류 전 관리관의 해명과는 다른 것이다. 검찰은 지폐의 일련번호 확인에 나섰다.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돈다발을 찍은 사진파일을 찾고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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