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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초 '노무현 사람' 80명 퇴출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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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약점을 잡아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적으로 ‘노무현 정부 사람’들을 표적 감찰해 인사 자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고 정부 산하 기관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2일 JT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08년) 8월 말 총리실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사표를 내줬으면 해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초 장관에서 물러난 뒤 그해 말 정부 산하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에게 사표를 종용한 시기는 임기(3년) 만료를 3개월 남겨둔 때였다.

 당시 재직 중인 기관의 공관 지원비를 유용했다는 이유로 사퇴 요구를 받은 A씨는 “기관에서 관사를 얻어주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내가 돈을 받고 손을 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또 A씨는 “내가 그만둘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들은 ‘그만두지 않으면 밑에 사람들, 여러 가지로 괴롭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결국 곧 사퇴했다. 그는 “임기를 3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자진 사퇴한 데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비슷한 처지의) 정연주 KBS 사장 등에게 자문을 했는데 ‘정치를 해본 사람이면 싸울 수 있는데 학자가 싸울 수 없을 거니까 그만두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2008년 6월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정부 산하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80여 명의 명단을 총리실로 내려보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었다. 총리실은 이를 팀별로 10여 명씩 나눠 특별감찰에 착수해 판공비와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집중 분석했다. 중대한 위법이나 과실이 없으면 관용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거나 법인카드를 휴일에 사용한 것과 같은 경미한 사안들이 체크 대상이 됐다고 한다. 총리실은 이를 근거로 기관장·감사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식 출범한 때는 2008년 7월이므로 조직이 공식적으로 꾸려지기 전부터 이영호 전 비서관 중심으로 총리실 ‘사찰팀’이 움직였던 셈이다. 한 사정라인 관계자는 “총리실은 2개월여 동안 집중 조사를 벌여 명단에 오른 80여 명 대부분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약점을 잡힌 기관장들은 큰 저항 없이 물러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시 총리실 관계자는 “A씨가 서울에 집이 있는데도 기관에서 억대의 전세금을 보조받은 뒤, 거주는 원래 집에서 계속해온 정황이 있어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JTBC 구동회 기자

장관 출신 전직 기관장 증언
MB정권 초 이영호 주도로
‘노무현 사람’ 80명 퇴출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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