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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장·차관 인사평가 개입 … 이 대통령에게 직보했다고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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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진수(39)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옛 주사)이 2일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는 사람이라고 들었고, 장차관 인사평가 스크리닝(검증) 작업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날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2009년 7월 총리실에 처음 발령받은 직후 진경락 당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EB는 VIP에게 직보하는 분으로 민정수석실과의 파워게임에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고용노사비서관실과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B는 이 전 비서관을 지칭하는 용어이고 VIP는 이명박 대통령을 뜻한다. 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비선라인’이 실존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장 전 주무관은 장차관 및 각 기관의 청장 평가 자료와 관련, “당시 인사스크린 결과가 고용노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공직자 업무평가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 전 주무관은 과정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인사평가 당시 지원관실 직원 40여 명이 모두 나서 공무원 주요인사 50여 명에 대해 국정철학 평가, 직무역량, 대외관계, 도덕성 및 복무기강과 관련해 별 5개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며 “이 점수로 1등부터 차례로 순위표를 만들었고 이를 표지에 붙여 고용노사비서관실로 보고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알아보기 쉽게 한 페이지로 내용을 요약했다는 것이다. 이어 “민정수석실에는 이 순위표를 빼고 스크린 자료만 올렸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VIP가 순위표와 스크린 자료를 보고 ‘바로 이거야’라며 칭찬했다는 진 전 과장의 발언도 기억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순위가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2010년 5월에는 고용노사비서관실로 장차관 인사평가철을 제출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며 “당시에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장관의 평가순위가 잘못됐다’며 수정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때문에 처음에 1위였던 장관의 순위가 내려가고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 1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2월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난동을 부린 이후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지원관실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고용노사 비선라인은 여전히 존재했다”고 말했다. 고용노사비서관실 보고를 없애는 대신 업무분장표를 만들어 민정과 고용노사 양쪽으로 나눠 보고토록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장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 전 과장이 2010년 7월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청와대 인근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난 것으로 당시 검찰 수사 때 드러났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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