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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겁외사부터 합천 해인사까지 … 큰스님 발자취따라 전국 순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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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성철 스님의 발자취를 찾는 순례법회 첫 행사가 지난달 31일 경남 산청 겁외사에서 열렸다. 2014년 8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성철 스님과 인연이 깊은 사찰 24곳을 돌아볼 예정이다. [사진가 황헌만]
원택 스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큰스님 성철(性徹·1912∼93).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하라고 강조했다.

 ‘일체를 존경합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남을 해치는 것은 나를 해치는 것이요, 남을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것입니다’.

 스님이 남긴 법어는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연기(緣起)적 세계관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를 따르던 속가의 제자들이 스님의 발자취를 다시 찾아 나섰다. 출생지인 경남 산청 겁외사부터 열반지인 합천 해인사의 백련암까지 스님이 머물던 사찰 24곳을 찾는다. 경북 영천 은혜사 운부암, 충남 서산 간월암, 경북 문경 봉암사, 대구광역시 파계사 성전암 등도 순례 코스에 포함돼 있다. 매달 한 차례씩 2014년 8월까지 이어진다. 탄생 100주년과 열반 20주년을 아우르는 순례 행사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과 생전 스님을 모셨던 원택(圓澤) 스님이 이끄는 백련불교문화재단이 함께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첫 번째 행사가 겁외사에서 열렸다. ‘겁외사(劫外寺)’는 ‘세속의 시공간을 벗어나 진리와 함께 하는 절’이라는 뜻. 전국 각지에서 8대의 대형버스를 나눠 타고 온 순례단 300명, 백련불교문화재단 대구·부산 지역 신자 800명 등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성철 스님의 ‘룸비니 동산’(부처님이 태어난 곳)입니다. ‘참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앞으로 열심히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전 11시, 원택 스님의 발언과 함께 대장정의 출발을 알리는 고불(告佛) 법회가 시작됐다. 1982년 부처님 오신날 발표한 ‘자기를 바로봅시다’ 등 스님의 유명 법어를 참가자들이 함께 낭송했다. 점심 공양 후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에 관한 에피소드를 구수하게 풀어놓자 청중석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스님의 생가를 복원한 유품전시관인 포영당(泡影堂) 등을 둘러봤다.

 수 백 ㎞에 이르는 거리를 하루 안에 소화한 강행군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신호철(54)씨는 “불교를 알기 쉽게 설명한 성철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감동을 받아 참가하게 됐다. 양 극단은 결코 다른 게 아니라 하나로 통한다는 스님의 중도 사상이 특히 인상깊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동숙(56)씨는 딸 영애(27)씨와 함께 참가했다. 김씨는 “1년 365일 휴가 없이 일하는데 성철 스님 덕분에 오늘 하루 잘 쉬었다”며 미소지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일하는 공학박사 서지미(48)씨는 “불교를 접한 후 남탓을 하기 보다 내가 잘못한 일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순례법회를 계기로 앞으로는 100% 남을 위해 기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연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성철 스님이 꿈꿨던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참가자들 마음 속에서 ‘현실의 사건’으로 새롭게 싹을 피우는 듯 했다. 순례문의 166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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