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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퇴역 헬기 20대, 한국 해병대에 주겠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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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해병대가 40여 년간 사용하다 퇴역시키려던 CH-46 시 나이트(sea knight) 헬기 20대를 우리 해병대에 넘기겠다고 제안해 온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대 제3 상륙군(3rd MAF) 사령관이 최근 우리 군에 헬기 지원 의사를 전해 왔다”며 “제3 상륙군 차원의 제안이어서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 부속품 공급 등 향후 군수지원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지원하겠다는 헬기는 1970년대 초반 생산돼 90년대 동체 리모델링(기골 보강)을 거쳐 40년 이상 사용한 노후 기종이다. 이 당국자는 “미군은 기동헬기를 최근 개발된 V-22 기종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한국 해병대가 기동헬기를 보유하지 못해 작전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퇴역 예정이던 헬기를 지원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역 헬기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수송비와 폐기 비용을 고려해 우리 해병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를 보고받고 수용 여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퇴역 고속정을 지난해 동티모르에 지원한 경우는 있지만, 외국의 노후 장비를 들여온 사례는 최근 없었다.

 이를 들여올 경우 우리 군의 용도에 맞게 개조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미국의 제안을 고민하는 것은 해병대용 헬기의 필요성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의 화약고인 서북도서를 맡고 있는 해병대의 기동력 보강을 위해 수송헬기는 필수”라며 “그러나 새 기종을 도입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재 해병대용 공격헬기 16대와 상륙용 수송헬기 40대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군과 해병대 사이에 헬기 소유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바람에 기종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해병대 상륙작전은 해군이 주도하게 돼 있으므로 헬기 보유도 해군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군은 항공부대(6전단)를 운영하고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해군이 보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도 했다. 해군이 보유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해병대에 지원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해병대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군 6전단에서 백령도까지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작전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해병대 설명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군사적 상황은 불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과 작전을 위해 해병대가 헬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를 동시에 보유할 경우 대북 억제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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