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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불란서 안경원』『혀』쓴 조경란 작가의 신문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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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경란(43)씨의 책상 위에는 종이 조각이 수북이 담긴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신문을 읽다 아이디어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를 발견하면 스크랩해 모아둔 곳이다. 상자에 담겼던 기사 중 몇 편은 소설로 탄생됐다. 그는 정기 구독하는 신문이 4종이나 돼 “꼼꼼히 읽는 데만 2시간 가까이 걸린다”며 웃었다. “신문 읽기는 하루 세 끼 밥 먹는 일처럼 당연한 일과”라는 조씨의 신문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소설책 어렵다는 기사 읽고 작품 방향 바꾸기도

책으로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신문을 펼쳐든 조경란 작가. 그는 “신문 읽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오랜 습관”이라며 웃었다. [김진원 기자]

“2009년 12월 말이었어요. 신문을 읽다 ‘성냥’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어요. 일회용 라이터가 보편화되면서 성냥을 쓰는 사람이 점점 사라져, 우리나라에 성냥 공장도 단 한 곳만 남아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아, 성냥? 그렇지, 한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들이 있지’라며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조씨는 그 기사를 오려놓고 밤낮 들여다보며 고민을 거듭했다.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땐 성냥 박물관부터 찾았다. 지난해 여름엔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성냥 공장이라는 곳을 찾아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성냥의 시대』라는 단편을 발표했다.

 이런 일도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공략했을 때, 카불의 동물원을 가장 먼저 폭격했다는 기사를 읽고 난 뒤엔 동물의 이야기로 전쟁에 대해 풀어낸 『난 정말 기린이라니까』를 썼다. 지금 집필 중인 소설도 신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멸종 위기에 놓인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기사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호랑이 밀렵꾼을 삼촌으로 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곧 완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신문에서 영감을 얻고 글감을 발견해내는 건 다른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저잣거리의 문학입니다. 우리의 일상,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죠. 사회에 대해 돋보기와 같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소설가가 신문을 보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조씨는 신문에 얽힌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담도 들려줬다. 한 인터뷰 기사를 읽은 뒤, 작품의 방향과 색깔을 바꾼 일이다.

 사연은 이렇다. 등단 초기, 조씨의 소설을 두고 평론가들은 ‘소설을 위한 소설을 쓴다’ ‘식자층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글만 쓴다’는 지적을 자주 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완벽하게 공부한 뒤 집필에 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조씨는 “받아들이기 힘든 평가였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무학(無學)의 노인이 등장한 인터뷰 기사를 읽고 가슴을 쳤다. “소설책을 꼭 한번 읽고 싶은데 말이 너무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돼 못 읽고 있다”는 구절을 발견한 것이다. “제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한글만 겨우 깨치신 분들도 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한테는 누구도 줄 수 없는 커다란 깨달음이었습니다.”

방 안에 숨어 지내던 나를 세상 속으로 밀어내

조씨는 “신문이 나를 작가로 길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무 살부터 스물다섯 살 때까지 집 안에 틀어박혀 신문과 책만 읽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대학도 떨어지고, 취업도 못하고 … .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몰라 힘들었어요. 그때 신문을 보면서 나도 이 사회에 동참하고 기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 부르며 방 안에 숨어있던 조씨를 바깥세상으로 떠밀었던 기사는 사회면에 실린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참하게 되고, 너무 소외돼 있거나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문학을 통해 언어로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된 거죠.”

 그가 작가로 등단한 통로도 신문이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아무 고민 없이 그가 정기 구독하던 신문의 신춘문예에 동시에 투고했다. 1996년 『불란서 안경원』이라는 작품이 당선돼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씨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신문 읽기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 절실한 고민의 정답이 신문 속에 담겨 있을 거예요. 그 많은 지면과 다양한 섹션 속에.”

조경란 작가에게 신문이란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조씨는 소설가답게 신문에 대해 감성 가득한 정의를 내렸다. ‘노란 불빛’이란 그에게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는’이라는 의미다. 따뜻하고 정감 어린 공간,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차분히 기분 좋은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장소를 상징한다.

 “고흐도 그렇게 말했어요. ‘언젠간 노란 불빛의 서점을 그려보고 싶다’고요. 우리를 끌어당기는 장소가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인 셈이죠.”

 신문 속에 담긴 다양한 정보는 ‘서점’에 빗댔다. 그가 관심 있어 하는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슈부터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진실과 의혹들, 쉽게 접할 수 없는 과학과 경제에 관한 심층 정보까지 담겨 있는 정보의 보고다.

 그는 “신문은 그저 훑고 지나가기엔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기사를 읽고 생각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이걸 하루에 밥 세 끼를 먹듯 당연한 일처럼 반복하다 보면 내 삶에 필요한 정답들을 명쾌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신문 속 인물과 사건] 2012. 3. 20 메이저리거 악동들, 한국 군대 체험을

군 훈련 받고 위기 극복한 추신수처럼 역경에 대한 생각 바꿔보세요

중앙일보 2012년 3월 20일자 12면 추신수 선수 군 입대 모습

‘당신의 인생에 가장 큰 역경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갑자기 웬 뜬금없는 질문이냐고요? 이건 여러분이 앞으로 대학이나 기업체에 들어가게 될 때 빠지지 않고 듣게 될 질문이랍니다. 왜 이런 걸 물어볼까요? 역경과 고난만이 가르쳐줄 수 있는 특별한 교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사에 등장하는 추신수 선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유명한 야구선수죠. 빼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수퍼 엘리트로 추앙받으며 탄탄대로의 야구 인생을 걸어왔답니다. 지난해는 순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거침없던 그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듯 삐걱거린 시절이었답니다. 음주운전 파문과 각종 부상을 겪으며 성적도 하락하고 팬들도 외면했거든요. 실력과 인기가 생명인 프로 선수에게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겠죠. 추 선수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었는데, 올 초부터 성적이 아주 좋다고 해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시범경기에서 4타수 2안타·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시범경기 타율이 무려 28타수 9안타 2홈런으로 3할대라고 하니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네요.

 미국 AP통신은 추 선수가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군사 훈련’을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야구와 성공만을 바라보며 달렸던 추신수가 180명의 전우들과 행군·사격·화생방 훈련 등을 함께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그의 인생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고 평했네요.

 사회에서는 대단한 운동선수와 스타로 각광받고 있지만, 군대에서는 아무런 특권 없이 4살 어린 신병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으며 규율을 지켜야 했다고 해요. 추 선수는 “4주 갔다 온 사람으로서 죄송한 말이지만 화생방 훈련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퇴소식에서 가족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토로하기도 했어요.

 막대한 자본과 첨단 과학이 결합한 미국 스포츠는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천국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돈과 인기에 취해 거만한 행동을 일삼으며 이기심·나약함·무절제로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죠. 야후스포츠는 ‘문제아’로 불리는 선수들에게 “추신수처럼 한국에 가서 희생과 양보를 통해 팀에 융화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어요.

기사에는 추 선수가 군대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정확히 언급하고 있진 않아요. 여러분이 한번 유추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한번 되돌아봅시다. 공부만 하겠다고 하면 어떤 희생이든지 감수하는 헌신적인 부모님, 학업을 이어나가는 데 문제가 없는 풍족한 가정 형편, 컴퓨터만 켜만 언제든 수강할 수 있는 수많은 인강들…. 이런 환경 속에서 나태하고 나약해진 점은 없는지 점검해볼 일입니다. 혹시 힘든 위기에 처해 있다면 그 역경을 힘들어하지 말길 바랍니다. 군대에 다녀온 뒤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추 선수처럼 그 역경을 극복했을 때 값진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NIE 다이어리

월요일

감사장 만들기: 장기기증의 의미를 알고 장기기증에 동참한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상장을 만들어 본다. <2012년 3월 21일자 34면 신장 이어 간까지 떼주려 또 한국에>

화요일

패러디 만평 그리기: 전설의 고향 ‘내 다리 내놔’를 패러디해 지뢰 매설에 반대하는 한 컷 만평을 그려 본다. <2012년 3월 15일자 14면 지뢰 없는 세상을 위하여>

수요일

기준 정하기: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할 때 허용되는 범위와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정해 본다. <2012년 3월 15일자 22면 알바 뛰고 노숙하는 사생팬 “오빠 따라다니기 한달 100만원>

목요일

토론하기: 비무장지대(DMZ)의 개발과 보존을 놓고 찬반 토론을 해 본다. <2012년 3월 19일 25면 평화가 자라고 영화가 흐르는 DMZ>

금요일

기억 놀이: 임의로 한편의 기사나 책을 정해 읽고 기억나는 대로 쓴 뒤 원문과 대조해 본다. <2012년 3월 19일 E13면 이상하다, 기억나는데 … 나의 뇌는 기억을 날조한다>

토요일

윤달 의미 알기: 윤달이 생기는 이유를 조사하고 윤달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본다. <2012년 3월 21일 24면 삼베 윤달 특수에 보성군 신났다>

이정연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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