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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녀와 우리집 규율·규칙 만들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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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집 안에 가훈을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매일 눈으로 익히며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가정에 규율과 규칙이 있으면 자녀의 일탈과 반항도 줄일 수 있다는데, 자녀와 함께 민주적으로 규율·규칙을 함께 만들어보자.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서미경씨는 평소 자녀들과 함께 규칙을 세운다. 새로 시작한 중국어 공부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맨 위에 꿈 적으면 그에 어울리게 행동 맞춰

서미경(37·여·경기도 광명시)씨에게 가정의 규율·규칙은 삶을 바꾼 작은 변화였다. 엄격한 훈육을 주장했던 그는 아이들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자꾸 그녀의 눈밖에 나는 행동만 일삼았다. 이후 서씨는 “아이들의 성향은 생각하지 않고 엄마 위주로 규율·규칙을 세웠었다”며 문제점을 발견했다.

엄하게 대하고 계획표에 맞춰 아이들을 끌고 가려 했던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부모교육을 받고부터다.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그는 “또래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고 부모강연을 듣고부터 아이를 이해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젠 규율·규칙을 만들 땐 무리하게 장기적으로 세우지 않는다. 아이의 학년에 맞춰 기본 틀만 짜고 진행상황에 맞춰 수정할 수 있도록 세웠다. 딸 서연(5학년)이와 아들 동현(3학년)이의 규율·규칙표는 색다르다. 상단에는 아이들의 꿈을 적는다. 꿈을 먼저 적고 규율·규칙을 세우면 아이들 스스로 그에 어울리는 행동들을 적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엄마의 생각보다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자세다.

서씨는 “월간단위의 규율·규칙표와 주간단위의 표가 따로 있고 세부사항은 수첩에 적어 아이의 실천상황에 맞춰 변화를 준다”고 말했다. 공부와 관련해선 아이들에게 하루에 몇 장의 문제집을 풀고 싶은지 물어 정한다. 생활관련 부분은 아직은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고 서로 상의한 후에 적었다. 그녀는 “예절과 친구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정직을 생활 규율로 정했다”며 “생활부분은 조금 엄하게, 학습은 말랑말랑하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생활면은 엄해도 되지만, 학습은 자칫 학습의욕마저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현군은 “엄마가 장난감을 못 갖고 놀게 하면 속상하지만,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생긴 일이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며 어른스럽게 답했다. 내성적인 성격에 의사표현도 부족했던 서연이는 규율·규칙을 세운 후 가장 크게 달라졌다. 서씨는 “아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을 스스로 지키기 때문에 성취감도 크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져 적극적이고 밝아졌다”고 말했다. 서연이는 “자신만의 규칙이나 규율이 없는 아이들은 화를 잘 낸다.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 같다”며 “한번쯤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말하기나, 문제집 2장은 풀고 놀러 간다는 정도의 규칙은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경험담을 말했다.

부모 의견 내세울 땐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아이와 함께 가정 내 규율·규칙을 세우는 방법은 우선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성향에 맞추는 것이다. 주변 엄마들의 말만 듣고 세우면 아이의 반발심만 자극할 뿐이다. 때로는 부모의 의견이 주가 될 때도 있다. 이땐 아이가 충분히 이해하도록 대화하고 합의하에 규칙을 만든다. 박재원 비상공부연구소장은 “규율·규칙이 아이 통제용이 되면 안 된다”며 “아이와 자유롭게 합의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칙을 지켰을 때 뒤따르는 보상이 매력적이어도 아이들은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부모와 아이의 생각이 합의된 규율·규칙이 결실을 거둘 확률이 높다. 박 소장은 “중·고교생은 부모와의 공감대가 떨어지는 시기”라며 “아이가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산책이나 영화 관람 후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가볍게 얘기해보는 것이 좋다. 이후 부모가 먼저 달라질 부분을 이야기하고 부정적인 부모의 이미지를 벗는 것이 순서다. 사춘기 아이는 아이와 부모 간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규율·규칙을 통제로 인식해 강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다.

규율·규칙 세울 때 “이런 것 주의하세요”

■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규칙을 세우지 않는다

엄마가 아이에게 던지듯 말해선 안 되며 어떤 행동을 요구하기 전에 어떤 행동이 바람직한지 서로 상의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세웠을 때 더 잘 지킨다.

■ 융통성 없는 규칙을 세우지 않는다

지키기 어려운 규칙은 인격 형성에 장애물이 된다. 규칙 수가 많아도 곤란하며 한 번에 너무 많은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도 효과가 없다.

■ 아이가 잘 지키면 엄마 뜻에 따라 바꾸지 않는다

규칙이 예측 가능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아무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해진 규칙을 안정되게 유지하면 아이들은 그 규칙의 범위 안에서 안정감과 자신감을 느낀다.

■ 벌칙도 아이와 함께 정한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벌이 엄마의 감정적인 화풀이가 돼선 안 된다. 규칙을 어겼을 때 어떤 방법으로 벌칙을 받을 것인지 서로 상의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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