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대표적인 관광지 제부도의 바닷길 입구. 중년 남자 두 명이 차들을 세우고 안내문을 나눠줬다. 이들은 “제부도 전체 상가가 문을 닫아 들어가도 할 게 없다”고 했다.
썰물로 모습을 드러낸 바닷길을 따라 제부도로 들어가자 섬 입구에 주민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곳곳에 화성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음식점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섬에 들어온 관광객들은 식당을 찾아 헤매다 육지로 되돌아갔다. 벌써 일주일째 제부도는 외부와 단절한 채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불법 건축물 단속이 시작된 게 발단이었다.
처음에는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한 펜션 위주로 단속이 이뤄졌다. 2002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뒤 제부도에는 민박을 겸한 농가와 소매점 외에는 건축 및 영업행위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연간 15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밀려드는 손님을 맞으려고 음식점들도 경쟁적으로 불법 증축에 가세했다.
뻔한 불법이지만 화성시는 이를 못 본 척했다. 숙박시설이 부족했고 제부도의 관광객 유치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의 묵인은 주민들에게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2005년께 화성시가 기존의 불법 숙박시설을 양성화한 게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화성시가 뒤늦게 칼을 빼들자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270여 가구 중 130여 가구가 불법 건축행위로 적발됐다. 민가의 사소한 증·개축까지 단속에 걸렸다. 4대가 함께 사는 김민자(56·여)씨는 14년 전에 만든 한 평(3.3㎡)짜리 화장실이 이번에 적발됐다. 김씨는 “화장실을 철거하지 않으면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한다”며 “ ‘개집도 시청 허락받고 지어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2일부터 동맹휴업을 시작했다. 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섬 입구 봉쇄 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시는 단호하다. 지난달 말 채인석 시장이 제부도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한 직후부터 검찰 고발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15가구가 고발됐다. 원상복구명령과 두세 차례의 계고 절차도 없이 1차 계고장을 보낸 뒤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김태성(44) 주민대책위 사무장은 “생계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퇴로를 차단해 시가 주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성규 화성시 체육관광과장은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주민들의 건축 및 영업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