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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곳곳 칼부림…"한국사람은 함부로 못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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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안산 인근의 한 공장에서 스리랑카인들이 같은 스리랑카인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이들은 안산과 시흥 등에서 세력을 과시해 왔다. [사진 경찰청]

20일 오후 10시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다문화거리. 경찰 순찰차 무전기에서 “조선족 간 폭행. 새마을금고 앞 사거리”라는 말이 반복해서 울려댔다. 순찰차가 급하게 방향을 돌렸다. 현장에 도착하니 도로에 피 흔적이 보였고, 10여 명이 주위를 에워싸고 웅성거렸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자 중국인 두 명이 10분 전 대로변에서 다른 중국인 한 명을 주먹과 발로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트럭 모서리에 상대방 머리를 내려 찧기도 했다.

중국인을 경찰서로 연행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돌려보냈다. 캄보디아에서 귀화한 경찰 라포마라(31·여)씨는 “중국인들은 칼에 맞아도 ‘술 마시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경찰청 외사요원으로 뽑힌 라포마라는 외국인이 밀집한 이곳에 배치됐다.

 안산 원곡동은 다양한 외국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다. 거리 입구부터 이국적인 음식 냄새들이 독특한 향을 뿜는다. 휴대전화 매장 간판에는 중국어·러시아어·베트남어가 가득하다. 원곡동 다문화마을 인구 1만6823명 중 외국인은 65.5%에 달한다. 5000~1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하면 10명 중 8명이 외국인이다. 하지만 해가 지면 이곳에서 폭력은 일상화된다. 20일 오후 원곡다문화파출소에는 외국인 10여 명이 들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중국인 진모(26)와 신모(46)가 경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어깨를 밀쳤다. 김씨는 “난 중국에서는 깡패였다. 건드리면 죽는다”며 신씨를 위협했다. 경찰조차 “한국 사람은 함부로 다니지 못하는 곳”이라며 “기자도 사진은 차 안에서 찍으라”고 주의를 줬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는 2007년 408건, 2009년 790건, 2011년 863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달라진 마을 분위기에 한국인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안산시와 경찰서는 치안강화를 위해 원곡동 일대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순찰하는 조직을 만들었지만 역부족이다. 경찰관은 사비를 들여 ‘방검조끼’를 구입했다. 흉기 공격을 막기 위해서다. 순찰대에서는 지난 4일 벌어진 칼부림 사건도 전해졌다. 중국인 한 명이 정육점에서 쓰이는 네모난 칼을 가지고 나와 다른 중국인의 팔과 종아리에 휘둘렀다. 순찰대원 김철균(40)씨는 “주말이면 우리 옷에도 피 묻히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에 관대한 사회 인식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사회학) 박사는 “초범인 외국인의 경우 대부분 훈방조치를 하다 보니 외국인 밀집지역이 범죄의 사각지대가 돼 버렸다” 고 말했다. 김철민 안산시장은 “검찰 및 경찰과 협의해 순찰초소를 늘리고 가로정비사업을 벌여 범죄 예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안산 다문화거리=1980년대 경기도 안산에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집값이 싼 안산역 주변 원곡동 일대에 1990년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기 시작했다. 2009년 ‘다문화 특구’로 지정되면서 관광명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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