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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도청·해킹 혐의 … 망가진 벤처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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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벤처 1세대의 선두 주자로 불렸던 기업인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불법도청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창업자인 서승모(53·사진) 전 대표가 이 회사 김동진(62) 회장의 집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등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수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김 회장은 현대자동차 부회장 출신이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한 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김 회장의 집무실에 도청장치를 붙이고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회사 정보를 빼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안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 화면을 통해 서 전 대표가 불법도청을 한 사실을 확인해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서 전 대표를 추궁하자 ‘나를 너무 힘들게 하니까 도청했다’고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서 전 대표를 소환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 전 대표는 몇 해 전부터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고 개인적으로 90억원의 빚을 졌다. 그는 이를 갚기 위해 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길 테니 10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제안을 거부하자 서 전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 채무자 20여 명을 불러 문방구 약속어음 용지에 회사 법인 인감을 날인해 개인 채무를 법인으로 떠넘겼다. 그는 지난달 13일 회사로부터 법인 인감을 회수당하자 분실 신고를 하고 새로운 인감을 등록해 날인하는 방법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서 전 대표를 해임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2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 전 대표는 삼성전자 D램 개발팀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1993년 씨앤에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벤처 1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2009~2010년에는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30세 때 창업해서 20년 동안 피땀으로 일궈놓은 기업에 무료 입장한 사람들이 경영권 보상도 없이 회사를 빼앗아가려는 음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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