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작의 영감은 준비된 사람, 혼자 있을 때 다가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세상에 널린 게 영감이라고 말하는 박칼린. 그는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혼자 앉아서 온갖 상상을 하다 보면 복잡했던 게 정리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추리소설과 마녀 이야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호기심에, 책 읽는 맛에 ‘마구잡이’로 책을 읽었다. 덕분에 이제 누구보다 까다로운 독자가 됐다. “첫 페이지가 나를 잡지 못하면 (책을) 놓아버린다”고 할 정도로 까칠한 이 사람, 한국 뮤지컬 1세대 음악감독인 박칼린(45)이다. 2010년 KBS ‘남자의 자격’에서 오합지졸 합창단을 이끌며 ‘칼린샘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책에 대한) 편식은 심하다”고 했다.

 -어떤 책에 주로 끌리나.

 “그런 거 있지 않나. ‘저 사람 좋아, 싫어’처럼 보면 아는 것. 남들이 다 읽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베스트셀러, 저명인사의 책에도 관심이 없다. 오래 살아남은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예전엔 장편 역사소설을 열심히 읽었는데 요즘에는 소설보다 실화가 좋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건 『동물원을 샀어요』다. 동물원에 사는 건 사람들의 꿈 중 하나이지 않은가.”

 그는 ‘쿨’했다. 인생을 바꾼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를 묻자 “한 작품이나 한 사람이 한 인간의 삶을 뒤바꿀 만큼 대단한 자극을 준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도리질을 쳤다. 평생 만난 사람과 책, 경험이 어우러져 한 사람을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질문을 바꿨다.

 -아껴보는 책은.

 “과학을 좋아해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본다. 2~3년마다 한 번씩 다시 보는 책이 『시간의 지배자들』이다. 우리가 여기에 왜 와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번역이 안됐지만 『The Dictionary of Imaginary Places: The Newly Updated and Expanded Classic(상상의 공간에 대한 백과사전)』을 아낀다. 『오즈의 마법사』나 아틀란티스 등 소설이나 영화 등에 등장한 상상 속 공간을 다룬 쓴 책이다.”

 그는 허공 같은 공간을 담은 사진집 『The Lonely Planet Guide to the Middle of nowhere』와 팝 가수 스팅의 가사 모음집 『Lyrics by Sting』도 꼽았다. 스팅의 가사집은 시처럼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사랑하는 그답게 침대맡에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곳』(마로니에북스)가 있다고 했다. 그가 골라낸 책은 다양했다. 공통점이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이라는 것 정도일까.

 -창작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영감은 어디서 쑥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사람만 얻는 거다. 재료는 지구상의 모든 것이고, 널린 게 영감이다. 뭘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는지, 버리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닌가. 그걸 할 수 있도록 자기를 계발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바탕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앉아서 생각만 한다. 별별 상상을 하며 끝까지 따라가 보는 거다. 그렇게 하면 정리가 된다. 자기정화가 돼야 기준도 세우고 답을 찾을 수 있다. 걸러내고 때를 벗겨야 알맹이가 남는다. 남들하고 있으면 변명만 많이 생긴다.”

 -균형(Balance)을 강조해왔는데.

 “한 음만 있으면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 다른 음이 있으니 감정이 드러나는 거다. 박자도 마찬가지다. 빠른 게 있어야 느린 것도 있다. 나쁜 걸 경험해 봐야 좋은 것도 알게 되는 이치다. 지구상에는 추구할 게 많다. 모든 감각을 살려놓고 균형을 유지해야 존재감을 가지고 살 수 있다. 모든 것을 느끼려고 하는 것, 그게 균형이다.”

 -젊은이에게 한마디 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한다. 인간은 남에게 거짓말을 하기 쉽다. 혼자 앉아 진지하게 생각하면 하고 싶은 게 생긴다. 누구나 성공과 끝만 바라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삶의 모든 결정은 자기가 선택한 거다. 그 선택에 책임을 지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박칼린(45)=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캘리포니아예술대에서 첼로를 전공한 뒤 서울대 대학원 작곡과에서 명창 박동진 선생을 사사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렌트’ ‘퀴즈쇼’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0년 자전에세이 『그냥』(달)을 냈다.

◆박칼린 음악감독 특강=인터뷰 동영상은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 홈페이지(http://inmun.yes24.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스24와 연세대 학술정보원이 함께 진행하는 ‘희망콘서트 박칼린 편’이 4월 20일 오후 6~8시 연세대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홈페이지에서 댓글을 달아 참여 신청하면 됩니다. 4월 16일까지 총 80명의 독자를 모십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30일까지 해쉬태그 ‘#희망의인문학’과 함께 트위터에 올려주시면 총 5명을 추첨해 예스상품권(3만원)을 드립니다. 페이스북(facebook.com/yes24)에서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박칼린이 권하는 책

- 시간의 지배자들(존 보슬로 지음, 중원문화)

- The Dictionary of Imaginary Places: The Newly Updated and Expanded Classic(상상의 공간에 대한 백과사전) (Manguel, Alberto/Guadalupi 지음, Gianni, Mariner Books)

- 동물원을 샀어요(벤저민 미 지음, 노블마인)

- The Lonely Planet Guide to the Middle of Nowhere(Andrews Bain, Sarah Andrews, Kate Armstrong 지음, Lonely Planet Publications)

- Lyrics by Sting(Sting)

공동기획 :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