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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먼삭스 회장 "성장국들, 한국을 따라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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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성장 국가들이 한국 같은 정책을 쓴다면 20년 후의 세계는 더 나은 곳이 돼 있을 것이다.” 10년 전 브릭스(BRICs)라는 말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성장시장(Growth market)’을 밀고 있는 짐 오닐 골드먼삭스 자산운용 회장이 ‘성장국 중 우등생’이라며 한국을 극찬했다. [사진 블룸버그]

‘작명 마케팅’의 대가 짐 오닐(56) 골드먼삭스 자산운용 회장이 이번엔 한국 세일즈에 나섰다. 호들갑스럽다 싶을 정도의 표현을 써가며 “한국을 따라 하면 답이 있다”고 극찬을 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성장시장 국가 모두에 한국은 역할 모델이자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먼삭스 홈페이지에 올린 최신 ‘뷰 포인트’에서다.

 그는 “여러 나라 정책담당자들이 ‘브릭스 국가에 넣어달라’거나 ‘중요한 나라로 인식되려면 뭘 해야 되느냐’고 물어온다”며 “내 답은 간단하다. 한국을 따라 하면 된다”고도 했다.

찬사는 계속됐다. “브릭스와 ‘넥스트 11’ 국가가 한국 같은 정책을 단행한다면 20년 후 세계는 훨씬 더 나은 곳이 돼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넥스트 11’은 한국·멕시코·터키·이란·이집트·나이지리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파키스탄·필리핀·베트남을 가리킨다. 골드먼삭스의 시각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꼽은 나라들이다. 오닐은 또 “도대체 왜 아직도 한국을 신흥국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뷰 포인트는 일종의 주간 브리프, 또는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다. 편지 형식을 빌려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과 투자에 대한 자신의 인사이트(식견)를 전달한다. 오닐 회장이 직접 전 세계를 돌며 보고 듣고 겪은 것, 자사에서 나온 보고서 등을 토대로 2~3주에 한 번씩 부정기적으로 쓰곤 한다.

 오닐 회장이 투자자 편지에서 왜 느닷없이 한국 경제 칭찬에 나섰을까. 이 회사가 매기는 ‘성장환경점수(GES, Growth Environment Scores)’라는 것에서 고득점을 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교육·인구·기술수준 등 여러 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긴다. 골드먼삭스는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기 위한 척도로 이 점수를 사용한다. 최근 발표된 ‘2011년 GES’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7.72를 받아 우등생 대열에 들었다. 7점을 얻은 미국이나 영국(6.8)·일본(6.7)보다 높았다. 점수를 매긴 전체 국가 중에서는 4등이다. 1위는 싱가포르, 2위 노르웨이, 3위가 홍콩이다. 골드먼삭스가 ‘성장시장’이라고 부르는 8개국(브릭스 4국+한국·인도네시아·멕시코·터키) 중에서는 한국이 가장 순위가 높았던 것이다.

 오닐 회장이 한국 경제를 두고 이런 맥락의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성장의 힘을 믿고, 낙관 편향을 자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새로 떠오르는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이 잦다. 지난해부터 각종 인터뷰 등에서 “한국은 더 이상 신흥시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지난해 9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도 “위기 때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손 털고 나가는 것은 전형적인 쏠림 때문”이라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시장이므로, 투자자들은 그에 맞는 대접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발언 수위가 높다.

 오닐 회장의 언급이 그냥 기분 좋은 칭찬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건, 탁월한 작명술로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전력 때문이다. 2011년 브라질(Brazil)·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의 첫 영문자를 모아 만든 신조어 ‘브릭스(BRICs)’는 엄청난 히트 상품이 됐다. 벽돌을 뜻하는 브릭(birck)과 비슷해 기억하기에 좋고 발음도 쉬웠다. 그전에도 인도나 중국 등의 경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은 흔했다. 하지만 잘 만든 단어 하나 때문에 해당국 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시각이 변했다. 달라진 인식은 실제 투자로 연결됐다. 오닐 회장은 이후 ‘넥스트 11’ ‘믹트(MIKT)’ ‘성장시장(Growth Market)’ 등의 용어도 개발해 세계 경제의 성장 영역을 제시했다. 다만 조어와 개념을 과다 생산한 나머지 영향력이 이전 같지 않고, 내용이 부실한 말 잔치로 흐른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짐 오닐은 … 1995년 수석 통화 이코노미스트로 골드먼삭스에 합류했다. 2001년 ‘세계는 더 강한 브릭스를 고대한다(The World Needs Better Economic BRICs)’는 보고서를 발표해 ‘브릭스’라는 투자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자산운용부문 회장(체어맨)이 됐다. 골드먼삭스 이전에는 스위스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거쳤다. 영국 셰필드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영국 서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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