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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비즈니스의 새 모델 제시

중앙일보

입력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지난 여름 께부터 우리나라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포털 사이트가 비온 뒤 대나무 순 돋아나듯 마구 생겼지요. 그때 여성 포털 사이트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벤치마킹했던 사이트가 ‘아이빌리지’라는 미국의 여성 포털 사이트였던 것을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아이빌리지’와 함께 ‘위민닷컴’과 ‘옥시전닷컴’도 주요 벤치마킹의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여성 포털 사이트를 구축하면서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모범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손꼽은 것은 아무래도 ‘아이빌리지’였을 것입니다. ‘아이빌리지’는 이미 1억 달러를 넘는 미국 인터넷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아냈고, 지난 해에는 신규주식 공개로 2억 6천만 달러의 자본 소득을 얻었던 꿈의 인터넷 기업인 까닭이겠지요.

안정된 수익모델의 확립을 위해 전자상거래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아이빌리지’의 거점은 뉴욕의 맨해튼 41번가 남쪽의 실리콘앨리라는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걸 알고 계셨나요? 또 이곳 실리콘앨리는 우리 인터넷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을 벌써 오래 전에 확립한 중심지라는 건 어떤가요?

이쯤 되면 그 동안 미국의 실리콘밸리 만을 좇던 우리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의 방향을 한번 쯤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북미 지역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인 프리랜서 나가노 히로코(長野弘子)의 ‘넷 비즈니스의 최전선, 실리콘앨리’(나가노 히로코 지음, 김효순 옮김, 영진Biz.com 펴냄)는 이같은 요구에 곧바로 대응하는 책이 될 겁니다.

국내의 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들어 부쩍 어려워졌나 봅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은 형성되지 않고, 붐을 이루던 벤처 투자도 이제는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정 아무개씨 사건까지 겹쳐서 인터넷 기업들의 경기가 이만 저만이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상황이지요. 다만 지나치다 싶게 몰렸던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열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당장 견디기 어려운 것 뿐이지요.

이 책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립해야 할 우리 인터넷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뉴욕의 실리콘앨리에서 성공적으로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의 현황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책이니까요.

실리콘앨리는 무엇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즈니스가 행복하게 만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실리콘앨리는 93년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사이버 공간의 아티스트들의 교류를 위해 기획된 네트워크 파티 ‘사이버 살롱’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뉴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려는 그들의 노력을 사람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뉴욕은 광고 출판 방송 등과 같은 컨텐츠 산업이 밀집돼 있으며, 세계 최대의 금융산업과 문화의 진원지인 그곳에는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었다는 게 실리콘앨리의 급성장을 가능하게 해 주었지요. 실리콘앨리의 지역 조건이 신흥 인터넷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던 겁니다.

이 책에서는 실리콘앨리의 성장과정을 구체적인 실례와 숫자를 들어가며 꼼꼼히 보여줍니다. 그곳에 위치한 인터넷 기업의 종류에서부터 급증하는 네트워크 산업 종사자와 불충분한 급여 체계 등에 대해서도 표와 그래프를 통해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주정부와 시정부가 벤처캐피틀을 설치, 실리콘앨리를 적극 육성하는 사례까지 보여주고 있어요.

컨텐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는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배워야 할 점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국내의 인터넷 기업들이 너도나도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는 것에 반해 실리콘앨리의 인터넷 기업들은 수직포털이라는 형식으로 업계별, 성별, 연령별로 대상을 좁힌 수직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버티컬 포털’ 형식을 지향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지요. ‘어바웃닷컴’도 그 한 예가 될 겁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여 이용자와의 장기간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이들 수직포털이 배너광고의 매출 및 전자상거래의 매출에서 일반 포털보다 더 많이 성장할 것을 예측된다”(이 책 53쪽에서)는 결론을 지은이는 이끌어냅니다.

이 책의 제2부는 ‘실리콘앨리의 급성장 기업’을 분석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아이빌리지’를 비롯해, 인터넷 세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컨텐츠 사이트 ‘마마미디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음악 전문 사이트 ‘소닉넷’을 비롯하여 30개의 급성장 기업의 성장사와 비즈니스 전략을 들여다 본 것입니다.

인터넷 기업들이 타겟 고객으로 겨냥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도무지 한발 앞에서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서 한 가지 모델에 매달리는 방식의 비즈니스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실리콘앨리가 온-오프라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창출, 확립하고 있듯이, 보다 확실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실리콘앨리를 분석한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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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함께 이야기한 사이트들
‘아이빌리지’:현재 약 7백60만의 방문자를 자랑하는 여성 포털 사이트.
‘위민닷컴’:역시 대표적인 여성 포털 사이트로 국내의 한 여성포털 사이트와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옥시전닷컴’:비교적 후발 주자로 여성 포털 분야에 뛰어든 사이트. 이곳은 다른 경쟁 사이트에 비해 젊은 감성에 맞는 컨텐츠로 승부하려고 한다.
‘어바웃닷컴’:특정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일반인이 스스로 인터넷 가이드가 되어 그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독특한 사이트.
‘마마미디어’:인터넷 세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컨텐츠 사이트.
‘소닉넷’:음악을 즐기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음악 전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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