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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투는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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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신홍
정치부문 차장

‘낙동강 전투’가 4·11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경남(PK) 지역에서 여야가 총력전에 나서면서다.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부산 동반 출마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PK 목장의 결투’는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어느새 총선 전체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PK 지역은 새누리당의 아성이자 텃밭이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지금의 야권은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완패하기 십상이었다. 기껏해야 1~2석 얻기에 바빴다. 총선의 최대 관심은 늘 수도권 승부에 쏠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 고문은 부산 지역 후보들의 강력한 요구로 ‘운명’처럼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문 최고위원도 “함께 대차게 붙어보자”는 문 고문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 북-강서을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김영춘 전 최고위원과 김정길 전 의원이 뒤를 받치고 김경수 봉화마을 사무국장이 경남 김해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낙동강 좌우에서 협공 작전까지 벌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얻은 45%의 지지율을 바탕 삼아 마(魔)의 5% 벽을 뛰어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도 문 고문의 대항마로 손수조 후보를 내세우고 대대적 물갈이 공천을 예고하며 텃밭 지키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들어 두 차례나 부산을 찾았다. 공천에 불복한 탈당이 우려됐지만 김무성 의원이 당초 예상과 달리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분위기 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러자 ‘투 문’의 동반 출마로 기세를 올리던 민주당도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중앙당의 공천 논란에 모바일 경선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지지도는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후보들도 “지지도가 하루에 1%포인트씩 빠지고 있다”고 아우성쳤다. 이제 겨우 사정권까지 쫓아갔는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몇몇 인지도 높은 후보 덕분에 여론조사 결과가 나름 괜찮게 나왔지만 실제 표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2000년 총선에서 17%포인트까지 앞서다 막판 지역주의 바람에 패배한 노무현 후보의 사례도 거론된다. 문 최고위원도 “바람이 좀 부나 싶긴 한데 여전히 추운 바람”이라고 진단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바둑으로 치면 새누리당은 세력과 실리 모두 탄탄하다. 민주당은 ‘바람이 다르다’는 슬로건처럼 바람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중원에 곧바로 뛰어들어 기선을 잡은 뒤 한쪽 귀에라도 진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바람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될지, 20년 넘은 아성이 사상누각처럼 허물어질지는 한 달 뒤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