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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두려움이 만든 ‘절묘한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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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7보(75~85)=백△라는 귀수(鬼手)로 인해 판이 뜨거운 철판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참고도1’ 흑1로 빵 따내고 싶은 것은 구경꾼이든 대국자든 다 같은 심정이다. 그러나 흑1로 따내는 순간 바둑은 걷잡을 수 없는 승부 모드로 들어서게 된다. 백2에 3으로 씌워도 당장 잡을 수는 없다. 백4, 6의 수순으로 A, B가 맞보기가 된다. 하지만 C 쪽의 맛을 노리며 먼저 이쪽을 두텁게 만들 수 있다면 대마를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갈등 탓이었을까. 구리 9단의 첫 수는 빵때림이 아닌 75로 향한다. 그 순간 김지석 7단도 76으로 이어 변화를 일으켰다. 박영훈 9단은 이 변화를 두고 “쌍방이 전면 승부는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런 마음속의 흔들림이 이런 절묘한 타협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절묘한 타협’이란 다름아닌 바꿔치기다. 백은 우측 대마를 흑에게 넘겨주고 대신 왼쪽에 산재한 흑 8점을 접수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사나운 기사도 전면 승부란 두려운 것. 하지만 바꿔치기로 가는 길도 갈등의 연속이다. 84 때 85는 냉정하게 참은 수. ‘참고도2’ 흑1로 젖히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은 장면이지만 백 대마도 2, 4의 수단이 있어 부활하게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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