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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아하는 '내성적 인간'이 세상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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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막된 TED 콘퍼런스에서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이 프리즘으로 빛을 굴절시켜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TED 제임스 덩컨 데이비슨 제공]
수전 케인

‘투명한 프리즘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어둠 속에 날아온 한 줄기 빛,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빛줄기가 찬란한 색의 스펙트럼(spectrum)을 연출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막을 올린 ‘세계인의 지식축제’ TED 콘퍼런스의 개막식 장면이다.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은 올해의 주제 ‘전방위(full spectrum)’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그 시작을 알렸다. 그는 “올해 TED가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디어와 주제를 포괄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1300여 명의 참가자는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강연은 관측소(observatory)·응접실(parlor)·만찬(dinner party)이란 세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13명의 강연자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은 변호사 출신의 미국인 작가 수전 케인이었다. 지난달 『침묵(Quiet)』이란 책을 펴낸 그는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extrovert)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내성적인 사람(introvert)”이라고 주장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케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9세 때 처음 여름캠프에 갈 때도 책을 싸 갔다. 하지만 캠프에서 혼자 책을 읽다 “단체의식이 부족하다”고 놀림을 당했다. 그는 이때 충격으로 “작가가 되려던 꿈을 접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변호사가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캠프만이 아니었다. 학교도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케인은 이 같은 사회적 편견이 “모두에게 손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성격이 내성적인 것은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수줍음을 타는 것과는 다르다. 천성적으로 여럿이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이런 사람에게 외향적이 될 것을 강요하면 오히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케인의 설명이다.

 케인은 “역사적으로 볼 때 “루스벨트·간디 등과 같이 세상을 바꾼 지도자들(the most transformative leaders)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바를 끝까지 관철시켜 큰 업적을 이뤘다. 외향적이어서 인간관계가 복잡한 사람들과 달리 이것저것 고려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케인은 진화론을 주창한 다윈,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컴퓨터를 만든 스티브 워즈니악의 예도 들었다. 다윈은 저녁 초대를 거절하고 숲 거닐기를 즐겼다. 워즈니악은 자신이 좀 더 외향적이었다면 (컴퓨터) 전문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케인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고독(solitude)은 창의성의 열쇠”라며 “팀워크도 좋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좀 더 자유를 주라”고 요구했다. 반면 내성적인 사람들에겐 “가끔 세상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라”고 조언했다.

◆TED=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 매년 롱비치에서 콘퍼런스가 열린다. 첨단 기술과 지적 유희, 예술과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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