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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상자 사진"…노무현 딸 콘도 구입 의혹 수면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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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 중수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6)씨의 미국 아파트(콘도) 구입 의혹과 관련해 구입 자금을 외화로 바꿔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은모씨를 25일 체포해 조사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외제차 수입 판매업자로 알려진 은씨는 2009년 초 정연씨의 아파트 대금 명목으로 현금 13억원이 담긴 상자 7개를 돈 심부름을 맡은 이모씨에게서 건네받아 이를 미화 100만 달러로 바꾼 뒤 미국에 있는 아파트 주인 경모씨에게 보낸 혐의(외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행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100만 달러 밀반출 사건 관련자를 조사하라’며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날 체포했다가 오늘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정연씨 측으로부터 돈상자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재미동포인 이씨의 형도 최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자금 전달 경로 조사에 나섬에 따라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내사 종결돼 중단됐던 정연씨의 해외 부동산 매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이 사건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0년 9월이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폭로 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자유게시판에 재미동포 이씨가 ‘고다리’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렸다. 이씨는 당시 글에서 자신을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즈 카지노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2009년 1월 경씨가 카지노 호텔 객실에서 노정연씨에게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했고, 경씨의 부탁으로 한국에 있는 동생을 시켜 상자 7개에 담긴 13억원을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신원불상의 남자에게서 돈을 받은 동생은 경씨의 ‘삼촌뻘’이라는 은씨에게 돈을 두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며 “이 가운데 30만 달러는 내가 아는 환치기 브로커에게 소개시켜줬고 나머지는 경씨가 직접 밀반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동안 잊어졌던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조갑제닷컴’에 이 돈상자의 일부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조갑제닷컴’은 이씨 형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돈이 정연씨가 미국에서 구입한 콘도 구입 대금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측이 2009년 박연차씨로부터 받아 정연씨에게 전달한 140만 달러와 이 100만 달러를 더하면 콘도 매입 자금 추정액과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형제와 은씨 조사는 수사 의뢰된 내용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현재로서는 정연씨 소환은 물론이고 노 전 대통령 관련 재수사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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